[기고지: 삼성웹진, '리더스 컬럼-커버스토리', 2007.10.5, 서울:삼성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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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량기업의 쇠망원인:
▷ ‘근시안적 혁신’(Innovation Myopia)
난공불락처럼 자신의 사업영역에서 1, 2위를 다투던 많은 기업들이 소멸한다. 원가경쟁력과 품질경쟁력, 거기에 연구개발능력까지 겸비했던 이들 초우량기업의 쇠망원인은 어디에서 연유할까?
많은 설명력을 제공하는 근거중 하나는 변화 위협에 대처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이들은 ‘새로운 경쟁상대의 등장’과 ‘새로운 환경변화’에 따른 ‘변화와 혁신의 요구 압력’을 철저히 무시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개선과 변화’를 위한 노력과 시도에 게을렀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들은 동종 내 어떤 기업들보다도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으며, 부단한 경주를 다해온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 후 자신의 사업영역에서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 아이러니를 어찌 설명할 것인가?
이들은 초우량 기업답게 ‘최고의 변화와 개선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 방식은 ‘기존 제품과 기존 경영방식의 갈고 닦기’였던 것이다. 일종의 ‘근시안적 혁신(Innovation Myopia)’인 셈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의 제품과 방식으로 바로 그 자리, 즉 동종업계 선두주자가 되었기에 ‘제품과 경영방식에 대한 넘치는 확신과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생산성과 성과’는 놀랍게 향상되고, 기존 기술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탁월한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최종결과는 ‘소멸’이다.
쇠망(衰亡)과 비상(飛翔)의 분기점:
▷ ‘환경변화에 대한 관조(觀照) 능력’
위와 같은 대표적 쇠망사례를 ‘1880년대의 유럽 가스등 업체’나, 최초로 ‘대량생산체제’라는 획기적 아이디어를 창안하며 20년 이상 자동차시장 지배자로 굴림하다 ‘검정색-T모델’하나만을 고집함으로 쇠락할 수밖에 없었던 포드(Ford)사에서 발견한다.
1880년대 유럽 주요도시의 가로등은 모두 ‘가스등’이었다.
석양 노을이 찾아들 즈음이면 어김없이 역마차 위에 올라탄 마부에 의해 ‘가로등 심지’마다 하나씩 불이 붙여지고, 거리는 노란 가스등 불빛으로 물들여졌다. 이때 ‘전기의 발명과 더불어 전구’가 발명되었다.
그러나 가스등 업체 중 어느 누구도 ‘전구’를 자신의 경쟁상대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도 당시 출현된 ‘전구’는 촛불밝기의 4분지 1보다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구 생산업체’들 역시 워낙 영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스등 업체는 이들을 철저히 무시했을 뿐더러 ‘보다 밝은 가스등 만들기’에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가스등 밝기는 ‘전대미문의 놀라운 성능’으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가스등업체는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만 했다. 어느 순간 ‘가스등 밝기’가 결코 ‘전기 가로등’을 넘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와 대조적인 기업이 국내에 있었다. 30~40년 전에는 웬만한 대로변이나 골목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보기 어려운 공장, 바로 ‘연탄공장’이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수익구조는 정체되고 어떤 영업 개선책도 효과가 없었다. 우후죽순처럼 새로 생겨나는 신규사업자들로 인해 경쟁은 나날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었다. 모든 동종업체들은 파산을 면하기 위해 ‘원가경쟁력’ 확보에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 때 아주 극소수의 기업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가까스로 깨닫는다. 이들은 자신의 기존 생산설비를 경쟁업체들에 매각, 새로운 시장을 준비한다. 경쟁업체들은 가장 강력했던 라이벌의 공장폐쇄에 신이 났다.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이들 경쟁자들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환경변화를 일찍이 간파하고 생산라인을 헐값에 처분한 이들 극소수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들은 오늘날 국내 굴지의 ‘천연가스 전문 기업군’으로 거듭 태어나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위기를 넘어 비상(飛上)을 위한 동력원(動力源):
▷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
"Just Do It!"과 함께 고급 운동화로 유명한 NIKE 사는 1960년대 경쟁 환경 악화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의 ‘저가신발 정책’으로부터 ‘고급 조깅화’로의 새로운 전략을 도입한다. 스커트 정장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뉴욕 오피스우먼’ 광고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이르러 ‘고급 운동화’를 표방하는 많은 신규경쟁업체 출현이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기존 ‘고급신발 제조업체’로부터 ‘스포츠 정신 제조업체’라는 또 다른 패러다임 진화를 통해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다.
‘이태리의 자동차 산업’, ‘스위스의 시계산업’ 역시 존폐위기 속에서 ‘기존 패러다임 폐기를 통한 신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으로 생존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태리는 우리에게 ‘피아트 자동차’로 오래 전부터 익숙한 자동차 생산국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태리는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타 국가들보다 훨씬 앞서 자동차 시장을 분석한 결과, 이태리의 내수능력 등을 감안할 때 자동차 제조업은 장기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이 섰기에 이들은 모든 생산라인을 타 국가들에 이미 오래전 매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자신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자동차 디자인 영역’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오히려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훨씬 높은 수익을 오늘날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스위스의 시계산업은 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1973년 43%의 세계시장점유율이 1983년 15%로 급격히 몰락한다. 가장 큰 원인은 좋은 품질과 값싼 원가를 자랑하는 ‘값싼 디지털시계의 등장’ 때문이었다. 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킨 것은 시계에 대한 새로운 개념(concept) 도입이었다.
‘정확한 시간과 부의 과시수단’으로서의 시계개념을 ‘패션과 첨단유행을 반영하는 자기개성 표현의 패션 아이템’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스와치(Swatch)’가 탄생하게 된다. ‘시계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스위스 시계는 전 세계시장 점유율 60%를 회복하게 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내부역량의 원천(源泉) :
▷ 기업의 영혼(Corporate Soul)
위기를 천재일우(千載一遇)로 빚는 기업들에게는 그들만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내일에 대한 ‘공통된 동경심의 창조’를 통해 일치된 시야를 확보한다는 점이다. ‘배 한척을 만들려거든 사람들을 불러 모아 나무를 켜게 하거나, 이런 저런 잡일을 시키려 하지 말고, 끝없이 망망한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주라’는 생텍쥐베리의 한 구절처럼 말이다.
둘째는, 다름 아닌 ‘직원가치 존중사상’의 기업문화를 가꾸는 것이다. 1997년 도산위기에 직면했던 쿠쿠(CUCKOO) 홈시스라는 국내기업이 있다. ‘조지루시’ 일본산 코끼리밥솥을 몰아낸 동종 국내 1위 기업이다. 이 기업의 원동력중 하나는 탁월한 ‘제품디자인’이다. 그건 결코 우연히 습득된 것이 아니다. 기업이 파산지경까지 몰렸던 어려웠던 시절에도 연구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이들에게 ‘그냥 놀리기보다는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하나라도 익히게 하는 게 낫다’는 창업주의 뜻에 따라 ‘캐드(CAD)'를 공부시킨 결과였다.
구성원 하나하나를 자기 가족처럼 귀하게 여기는 경영철학이 모두에게 공감될 때, 그건 어떤 위기와 역경도 하늘이 주는 천재일우로 승화시키는 동력원(動力源)이 되기 때문이다.
(웹진 담당자의 기고요청에 의해, 기 발표된 칼럼에 새로운 내용을 가미, 새롭게 수정하여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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