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2-08 12:12
:: 명품기업(名品企業)의 원천(源泉) ::

 글쓴이 : 최재윤
조회 : 954
[기고지:  격월지 Airport Focus誌, 2007 9+10월호, 서울: 한국공항공사]
http://blog.joins.com/crosslab/8501161

미켈란젤로와 돌덩이
어느 날, 미켈란젤로의 한 친구가 작업실을 방문했다.
미켈란젤로는 투박하게 생긴 커다란 돌덩이를
마치 어린 자녀 만지듯
이리저리 사랑스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좀 지나치다 싶은 그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친구가 물었다.
“친구여! 자네는 그 돌덩이가 뭐가 그리도 좋아
그처럼 사랑스럽게 이리저리 쓰다듬고,
어루만지고 있는가?”

“여보게, 이 돌덩이 속에 천사가 있다네!”   
친구는 미켈란젤로의 의중을 알 수가 없었다.

미켈란젤로는 여러 날 식음을 전폐한 채 한 손에는 끌을,
다른 손에는 망치를 들고 그 볼품없고 흔해빠진 돌덩이를
쪼고, 다듬었다.
그러기를 수개월. 다시 미켈란젤로를 찾아온 그 친구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천사로 변한 돌덩이’를 보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가 볼품없는 돌덩이를
천사로 빚기 위해 이 땅에 보냄 받은
‘작은 예술가’, ‘작은 직공’들이다.
우리가 오늘 행하는 ‘모든 일들’,
또 우리에게 맡겨진 ‘모든 이들’은
미켈란젤로의 손에 놓여진 ‘돌덩이들’이다.
단,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의 미켈란젤로는
바로 ‘우리 자신들’이란 사실뿐이다.

내가 만약 경영자이거나 리더라면,
나와 함께 일하는 모든 직원들은
내 수중에 놓여진 ‘돌덩이들’이다.
아름답게 빚어지기 위해 미켈란젤로와 같은
부드러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내가 만약 작은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라면,
내가 맡고 있는 권태로운 그 일상 업무는
내 수중에 놓여진 ‘돌덩이’이다.
새로운 날개를 기다리며 미켈란젤로의 수중에 들려졌던
그 볼품없던 돌덩이와 같은.

명품기업의 출발점: '작은 미켈란젤로' 만들기 
'우수성을 찾아서(In Search of Excellence)‘ 저서로 잘 알려진
경영학자 톰 피터스(Tom Peters)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친 시대는, 미친 사람들을 원한다
(Crazy times call for crazy organizations)'라고.
맞다. 그의 표현처럼 이 시대는 어떤 분야이건
다분히 그 분야에 '미친 자들'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각기 자기 분야에서 '미친 사람들'로
그들의 빈 자리를 메꿔가는 조직이 있다면,
그런 조직을 감히 어느 조직이 따라 올 수 있겠는가.
또한, 내가 지금 맡고 있는 나의 일에 매 순간 미쳐 일한다면,
나의 존재 의미에 대한 확신과 기쁨으로 인해
매 순간 얼마나 커다란 행복감이 넘쳐나겠는가.

명품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명품(名品)’을 빚기에 앞서,
함께 일하는 모든 이들을
‘작은 미켈란젤로’로 빚는 기업이다.

만약 우리가 함께 일하는 모든 이들을
‘작은 미켈란젤로’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들은 오늘 각자에게 맡겨진 돌덩이 속 천사에게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미켈란젤로’ 못지않은
넘치는 애정과 새로운 생명의 입김을 불어 넣기 위해
혼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함께 일하는 모든 이들을
‘작은 미켈란젤로’로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그 한 가지 역설적 지혜를
서커스단 코끼리 조련사의 한 일화로부터 얻는다.
코끼리를 훈련시킬 때,
조련사는 아주 어린 코끼리를
두꺼운 쇠사슬에 채워 기둥에 묶어둔다.

코끼리는 어릴 적부터 한자리에 머물며
순응하는 법을 익힌다.
조물주로부터 부여된 거대한 힘과 모든 야성을 잊어버린 채.
그래서 거대한 몸집으로 성장한 후에도
절대로 그 자리를 떠날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게 된다.
오직 발에 차인 쇠고랑의 한계 내에서만 머물게 된다.

그러나 서커스단 텐트에 화재가 발생하고,
그 거대한 코끼리가 자신의 눈으로
일렁거리는 불길을 보고,
또 그 예민한 코로 연기를 맡게 되면
온순했던 코끼리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돌변한다.

길들여진 옛 습관과 유순함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야생 코끼리의 본능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명품 기업으로 가는
첫 번째 선행 조건이 바로 이것이다.

조물주로부터 각자에게 주어진
고귀한 천부적 재능, 열정의 존재 여부조차
망각한 채 서커스단 기둥에 묶여 잠자고 있는
우리 조직의 수많은 코끼리들을
깊은 잠으로부터 깨우는 일인 것이다.

아직도 묶여있고, 길들여져 있는 우리 코끼리들의 마음속에
불을 지르고, 피어오르는 연기 냄새를 맡게 하여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격동시켜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직장, 우리의가정은
‘다비드(David) 상(像)’보다 더 아름다운 명품을 빚어내는
‘작은 미켈란젤로’들로 가득 채워지지 않을까.

* 이전 발표 칼럼인 '미켈란젤로와 돌덩이'에 새로운 관점과 내용을 추가하여 새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최재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