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2-08 12:11
:: 초우량기업의 쇠망원인 ::

 글쓴이 : 최재윤
조회 : 970
(기고잡지: STX그룹 사보- Dream & Future, 2007 여름호, 경영칼럼)
http://blog.joins.com/crosslab/8237634

혁신 마이오피아(‘Innovation Myopia’):

난공불락처럼 자신의 사업영역에서 1, 2위를 다투던 많은 기업들이
소멸한다.
원가경쟁력과 품질경쟁력, 거기에 연구개발능력까지 겸비했던
이들 초우량기업의 쇠망원인은 무엇으로부터 연유할까?

많은 설명력을 제공하는 근거중 하나는
‘변화 위협’에 대처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이들은 ‘새로운 경쟁상대의 등장’과  ‘새로운 환경변화’에 따른
 ‘변화와 혁신의 요구 압력’을 철저히 무시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렇다고 이들이 ‘개선과 변화’를 위한 노력과 시도에
게을렀던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은 동종 내 어떤 기업들보다도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으며,
부단한 경주를 다해온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 후 자신의 사업영역에서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 아이러니를 어찌 설명할 것인가?
이들은 초우량 기업답게 ‘최고의 변화와 개선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 방식은 ‘기존 제품과 기존 경영방식의 갈고 닦기’였던 것이다.
일종의 ‘근시안적 혁신(Innovation Myopia)’인 셈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의 제품과 방식으로 바로 그 자리, 즉 동종업계 선두주자
가 되었기에 현존 제품과 경영방식에 대한
넘치는 확신과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생산성’과 ‘성과’는 놀랍게 향상되고,
기존 기술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탁월한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종결과는 ‘소멸’이다.

쇠망(衰亡)과 비상(飛翔)의 분기점
: ‘환경변화에 대한 관조(觀照) 능력’

위와 같은 대표적 쇠망사례를 1880년대의 유럽 가스등 업체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당시 파리와 런던 시내 가로등은 모두 ‘가스등’이었다.
석양 노을이 찾아들 즈음이면
어김없이 역마차 위에 올라탄 마부에 의해
‘가로등 심지’마다 하나씩 불이 붙여지고,
거리는 노란 가스등 불빛으로 물들여졌다.

이때 ‘전기의 발명과 더불어 전구’가 발명되었다.
그러나 가스등 업체 중 어느 누구도 ‘전구’를 자신의 경쟁상대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도 당시 출현된 ‘전구’는
촛불밝기의 4분지 1보다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전구 생산업체’들 역시 워낙 영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스등 업체는 이들을 철저히 무시했을 뿐더러
‘보다 밝은 가스등 만들기’에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가스등 밝기는 ‘전대미문의 놀라운 성능’으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가스등 업체는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만 했다.
어느 순간 ‘가스등 밝기’가 결코 ‘전기 가로등’을
넘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와 대조적인 한 기업이 국내에 있었다.
30~40년 전에는 웬만한 대로변이나 골목길마다 널려있었으나,
지금은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어려운 공장이 있다.
바로 ‘연탄공장’이다.
당시 꽤 규모가 커다란 연탄공장을 운영하던 한 경영자가 있었다.
 
어느 시점부터인가 이익과 매출 성장추세가 정체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반면에 연탄의 생산원가는 점점 높아만 가고,
어떤 영업 개선책도 효과가 없었다.
우후죽순처럼 새로 생겨나는 신규사업자들로 인해
경쟁은 나날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었다.

골치 아픈 머리도 식힐 겸, 난생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몽블랑에 올라 스위스 시내를 내려보던 그는 깜짝 놀라는 체험을
 하게 된다.

어떤 스위스 가정 굴뚝에서도 국내에서는 일상화된
시커먼 굴뚝연기를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호텔에 내려와 현지인에게 그 이유는 묻게 된다.
설명인 즉, ‘국가의 환경보호정책’,
‘채굴환경악화에 따른 연탄생산단가 상승’, ‘맞벌이 가정 증가’ 등
 문화적, 사회적 환경변화로 인해 스위스 가정연료가
저렴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천연가스’로 교체된 것이다.

그는 즉시 국내로 귀국, 자신의 연탄공장 생산설비를
아주 값싸게 인근 타 경쟁업체들에 매각한다.
경쟁업체들은 가장 강력했던 라이벌의 공장폐쇄에 신이 났다.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이들 경쟁자들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환경변화를 일찍이 간파하고 생산라인을 헐값에 처분한
이 회사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 회사는 오늘날 한국 굴지의 ‘천연가스 관련 거대 기업군’
을 이루는 등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