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창조경영의 DNA
최재윤(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 경영칼럼니스트)
(기고지: KMA HR NEWS LETTER, Vol.7, 한국능률협회, 2007) http://blog.joins.com/crosslab/8543819
삼성의 새로운 경영화두로 이건희 회장이 ‘창조경영론’을 제시하면서, ‘창조경영’은 국내기업의 신조류(新潮流)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T&T가 ‘말콤볼드리지 어워드’를 수상하면서 90년대 중반부터 국내기업들이 도입하기 시작한 ‘가치창조경영(Value creation management)'이 있으나, 그것과는 상당부분 차이를 갖는다.
이 회장의 ‘창조경영론’에 대해서는 언론보도 이상으로 구체적인 것이 아직 발표되고 있지는 않으나, 그 취지와 지향점은 쉽게 유추된다.
2006년 9월부터 세계 일선현장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이 회장의 주문은 매우 간결한 것이었다. “LCD, PDP사업은 세계 주요 전자메이커들이 혼전중인 분야로 누가 시장을 주도할지 기로선상에 놓여 있다. ‘항상 새로운 생각으로 남들이 안하는 창조적 경영’을 실천해 반도체, 휴대폰에 이어 디스플레이를 글로벌 톱 리더로 육성해야 한다. 특히 평판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크기와 두께, 화질의 제품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은 ‘창의적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기 때문이며 창조경영을 통해 미래형 일류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줄 것”에 대한 주문이었다.
‘창조경영으로 반도체, 휴대폰에 이어 LCD, PDP 등 디스플레이도 세계 1등으로 키워라.’ 즉 ‘창조경영’을 통한 ‘글로벌 톱 리더(Top-leader)'로 귀결된다. 또한 창조경영을 위한 조건으로, ‘항상 새로운 생각을 통해 남들이 안하는 것들을, 창의적 열정과 아이디어로 이루어 낼 것’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창조경영론’의 개념은 크게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는, ‘원가경쟁력’을 상실하기 시작한 국내기업이 치열한 국제 경쟁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마지막 전략적 대안인 셈이다.
위와 같은 주장은 일찍이 SONY의 공동설립자 마사루 회장도 다음과 같이 강조한 바 있다. ‘우리 SONY의 사업, 과학, 기술 모든 영역에서의 성공 열쇠는 결코 남들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창조경영의 요체는, ‘항상 새로운 생각과 창의적 열정을 통한 독창적 제품개발, 그리고 이를 통한 세계 1등 기업’으로 귀결된다.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No.1 기업’을 꿈꾼다. 그렇다면 이 원대한 꿈을 현실로 전환함에 있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경영방식은 무엇일까? 이 회장은 그 대안 중 하나로 ‘창조경영’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기업이 ‘창조경영’을 통한 ‘글로벌 톱 리더’에 다다르기 위해 가장 넘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새로운 사고(思考)의 지경(地境)을 넘나드는 조직 구성원 만들기’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새로운 사고의 지경’이라 함은, ‘자신의 연구영역, 전공영역에만 한정된 사고 범주’를 떠나, ‘자신의 전공, 연구영역을 넘어 다양한 학문, 경험, 시야를 경험하며, 통합화하는 열린 사고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사고의 지경을 넘나드는 구성원 만들기가 가능하며, 이를 촉진하고, 장려하는 문화를 갖춘 조직체만이 창조경영을 통한 ‘세계 No.1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성원들로 가득한 조직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호기심과 경외감’으로 넘쳐 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호기심’, ‘경외감’은 기발하면서도 인간과 자연을 진정으로 진지하게 고민하며, 존중하는 ‘아름다운 제품과 서비스’로 거듭 새롭게 전환시키게 된다.
이런 구성원들과 조직은 그저 생계를 위한 ‘경제적 목적’과 승진이란 ‘동물적 본능’을 충족하기 위해 ‘맹목적 충성’으로 일관하는 여타의 조직체들이 결코 추월할 수 없는 소중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이런 조직은 ‘호기심’과 ‘경외감’에서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자발적 에너지’로 ‘자기 조직화(self-organizing)’되어 갈 뿐만 아니라, ‘자기존재 영역(제품, 서비스, 시장, 업종)’의 지경(地境)도 허물어 간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지향하여야 할 ‘새로운 경쟁 동인’으로서 앞서 제시한, ‘새로운 사고의 지경을 넘나드는 조직 만들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극히 단순하다. 구성원들에게 인문, 사회, 자연과학, 예술, 문학 등에 대한 다양한 접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와 같은 투자와 교류의 장(場)은 기업성과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비록 그렇게 보인다 할지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이를 촉진하는 것이다.
또한 특정 전공, 특정 대학 출신의 특정 부서 편중현상을 피하는 것이다. 같은 동류의식을 갖춘 사람들끼리 특정 부서에 집중하면 일의 효율성은 높아진다. 왜냐하면, 이들은 설령 신입사원이 새롭게 배치된다 하더라도, 전공과 특정대학에서 획득된 의사소통 언어와 관념의 유사성으로 말미암아 신입사원에게 오랜 적응기간이 요청되는 학습기간이 전혀 필요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대학 혹은 특정 전공 출신의 ‘동류집단 배치’는 일의 효율성은 높이나, 기존의 벽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개선방안이나 아이디어가 발현될 가능성은 오히려 감소시키게 된다. 왜냐하면 ‘집단사고(group thinking)’의 근원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전공, 다양한 배경, 다양한 시각을 소지한 다양한 구성원들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견을 빚어내게 된다. 때론 사물에 대한 인식과 해석 차이로 치열한 갈등과 파열음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자체에서 연유한 감정적 갈등(emotional conflict)’ 이 아닌 ‘업무를 둘러싼 창조적 갈등(creative conflict)’이라면 조직에 풍부한 ‘지적 자양분의 토대’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를 촉진하는 기업문화가 체질화될 때, 어떤 기업도 생각지 못한 소중한 가치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빚게 된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각기 다른 경험과 지식 등을 체험하며, 교류하도록 도울 때, 이들은 ‘여유 시각(redundancy viewpoint)', '여유 지식(redundancy knowledge)'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분야와의 비공식적 지식교류 채널’을 활성화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디자인, 연구개발, 조직관리, 생산 프로세스, 마케팅, 사회공헌에 이르기까지의 기업 전 영역에 대한 ‘탁월한 혁신’으로 승화된다.
그리고 이 혁신능력은 곧 ‘세계 No.1 기업’의 탄생배경이 된다.
‘창조경영’을 통해 빚어내기 원하는 ‘세계 No.1 기업’,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자기만의 독자적인 의식세계와 문화양식」이라는 새로운 '창조경영의 DNA'가 전제될 때 비로소 넘을 수 있는 새로운 지경(地境)이기 때문이다.
Copyright © 2008 by CROSS MANAGEMENT INSTITU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