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2-08 12:04
:: [조직문화, 기업문화 경영칼럼] 관리에 의한 경영, 문화에 의한 경영 (Management by Control Vs. Management by Culture) ::

 글쓴이 : 최재윤
조회 : 894

[조직문화, 기업문화 경영칼럼] 관리에 의한 경영, 문화에 의한 경영 
                                     Management by control Vs. Management by culture


                                                       최재윤 (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 경영칼럼니스트)


(기고잡지: 'Management Column', FORCA Journal, November 2006, 서울:사단법인 한국외국기업협회)

http://blog.joins.com/crosslab/7883866 


 가끔 들르는 음식점이 있다. 
 그 음식점엔 항상 경쾌함과 재미가 있다. 
 또 그곳엔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그곳엔 다른 곳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이 언제나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 아닌 종업원들의 밝은 미소, 신속한 서비스 태도이다. 
 그곳 종업원들은 부르기도 전에 먼저 다가와, 내 필요를 알아서 채워준다. 
 또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그 이상의 무언가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곤 한다. 

 난 항상 그들의 그런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동인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좀 한가한 어느 날 저녁, 그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 음식점에서 내가 제일 먼저 만난 것은 
 주방입구에 붙여져 있는 ‘빈손으로 돌아다니지 마시오’라는 표어였다. 
 그곳 종업원들이 지켜야 할 일종의 '행동지표'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모든 손길들은 접시와 음식을 나르며, 서비스하기에 분주했다. 
 그곳엔 그냥 빈둥거리는 손이 하나도 없었다. 

 두 번째로는, 모든 종업원들의 서비스에 대한 열정, 
 그리고 진지한 표정이었다. 
 항상 고객의 테이블로 집중된 시선, 
 끊임없이 도와야 될 대상을 찾는 열정, 
 자연스럽게 미소 띤 얼굴, 
 동일한 것 같지만 결코 동일한 복장을 한 종업원이 없는 다채로운 치장들. 
 비록 종업원 복장의 기본 포맷은 몇 가지로 통일, 제한되어 있는 듯 보였지만
 모두가 천차만별로 자기 나름대로의 개성을 연출하고 있었다. 
 예컨대, 모자, 배지, 치마, 인형 등의 장식품 치장조차도 종업원마다 각기 달랐다. 

 세 번째로는, 어느 누구의 명령이나 간섭도 없이 자율적으로 스스로 알아 
 신나게 서비스하고 있는 탈권위적이며, 자율적인 종업원들의 근무 분위기였다. 
 그곳엔 종업원의 행동을 지켜보거나, 감독하는 감독자의 모습이 없었다. 
 '고객만족' 못지않게, '종업원 만족'을 위한 직무환경이 존재하고 있는 듯 했다. 
 아마도 고객을 서비스하는 종업원 자신이
 '일을 통한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진정한 고객 기쁨' 역시 창조될 수 없다는 
 단순한 이치가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는 듯 했다. 

 그 기업의 '핵심효용(core benefits)'은 ‘고객 환희’였다. 
 타 기업과 다른 점은,
 ‘고객 환희’라는 핵심효용 창조에 앞서
 ‘현장 속에서의 종업원 환희’를 먼저 창조하기 위한 배려가 선행되고 있는 점이었다. 
 고객을 위해 서비스하는 종업원 자신이 '일을 통한 환희'를 경험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고객 환희' 역시 창조될 수 없다는 단순한 이치가 구현되고 있는 현장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 이상을 남에게 줄 수 없다” 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가 그대로 옮겨지고 있음을 발견한 장소였다. 
 일종의 ‘종업원 환희’가 ‘고객 기쁨’으로 전이되고 있는 모습이라 할까? 

 그렇다면 종업원들로 하여금 이와 같이 신바람 나게 일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문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 풀리기 시작했다. 
 그 곳엔 다른 경쟁업체에서는 일상화된 임시직 혹은 아르바이트생이 없다. 
 서비스하는 직원 모두가 정규직원이다. 

 또한 종업원 각자의 개성과 취향이 
 '복장'과 '자율적 서비스'라는 형태를 통해 살려지도록 배려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복장에 표출된 
 개인 치장(예컨대, 모자, 배지, 인형, 치마, 캐릭터 등)의 허용’과
 ‘감독 매니저 부재’를 통해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들이 철저하게 기업의 ‘핵심가치’와 ‘핵심 행동양식’을 
 기쁨으로 준수하는 이면에는, 
 구성원 각자가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대우받고 있다는
 ‘일종의 자기존중의식’과 
 ‘자율성’ 부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었다.

  비록 작고, 사소한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종업원 각자의 개성창출을 위한 여지의 허용’, 
  그리고 그것이 복장의 다양성, 모자, 배지, 치장 등의 개성 발휘 공간을 통해 
  마음껏 발산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단순한 표출현상의 이면에는
  학창시절의 무감독 시험처럼, 
  어떤 상사로부터의 아무런 지시도 없이 모두가 각자 자기의 영역에서 
  '자기통제(self-control)'아래 자율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심리적 자긍심’이 깔려있는 것처럼 보였다.

  즉 '의미성'과 '자발성'의 공유를 통하여
  기존의 ‘관리를 통한 경영(management by control)’에서 탈피한 
  일종의 ‘자기 조직화(self-organizing)'로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을 경영하는 자라면 한번쯤 꿈꾸어보는
  ‘문화에 의한 자율경영(self-management by culture)’ 의 전형이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에 있어 기업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어는 왔지만
  정작 진정한 기업문화의 최종지향점은 상실한 채 
  단순한 의례, 의식으로 또 피상적 구호로 그쳤던 
  그 기업문화의 최종 결정체 말이다. 

  왜냐하면 ‘핵심효용을 구성하는 핵심가치’가 
  실제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존중되고 있는 것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역량(core competencies) 실천'을 위해 
  모든 경영활동이 하나의 원칙, ‘고객환희‘로 통합될 수 있는 것은 
  ’성숙한 기업문화‘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난 그날, 그곳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깨달음을 배웠다. 
  ‘기업의 핵심가치와 핵심규범은 모두에게 공유되며, 준수되어야 하되
  '각 개개인의 존재 의미'와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율성과 연출공간' 또한 
   함께 부여되어야 한다’ 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핵심적 가치와 행동의 강조', 
    ‘개인 독자성’이 공존하는 조직의 생활환경 창조”이다. 

    이때 비로소 각 개개인은 
    기계의 부속품과 같이 조직에 종속된 자아로서의 인식에서 벗어나게 될 뿐더러, 
    오히려 ‘조직의 목적 수행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녁식사로 무려 세 시간을 소비했지만
   '새로운 지식창조 시대, 새로이 지향해야 할 기업문화의 진화형태’를 발견하는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 

   (경영칼럼 작성일 200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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