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2-08 11:57
:: 이스라엘 공군의 승리 비결을 찾아라! ::

 글쓴이 : 최재윤
조회 : 992
기고지: Airport Focus誌, 2007 7+8월호(Vol.208), 서울: 한국공항공사)
http://blog.joins.com/crosslab/8365853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을 주제로 박사학위논문을 준비할 때 일이다.
당시만 해도 ‘학습조직’은 논문주제로 선택하기엔, 참고자료나 기존연구가 매우 일천한 상태였다. 따라서 이리저리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아 헤매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매우 재미있는 자료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외국의 유명 저널에 실린
‘이스라엘 공군 비행단의 승리비결에 대한 사례연구’였다. 

이스라엘 공군부대의 이름은 ‘IDF 공군전투비행단’이었다.
이스라엘과 아랍권과의 ‘6일 전쟁’시에 3개 공군력 및 이라크(Iraq)의 핵발전소를 파괴하는 혁혁한 성과로, Air Force Magazine에 기사화 된 부대였다.

이를 본 미 공군 전문가들이 이 비행단의 성과이면에 있을
성공의 동인을 찾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승리 비결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어졌다.

전투비행단의 훈련과정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본 결과,
미국 조사단은 이스라엘의 전투비행단과 미 공군사이의
별반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미 공군과 다름없이 연습비행이 끝나면,
브리핑 실에 들려 각자의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로 녹화한 그날 비행에 대한 모니터링 발표와 의견이 교환되는 그 과정까지도 자국 공군의 훈련과정과 동일한 절차였다.

그러나 좀 더 심층적인 조사를 하자,
새로운 차이점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브리핑 실에 들려 모니터링 하는 절차는 동일했지만,
거기서 개진되는 내용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스라엘 비행단에서는
그날 비행에서 자신이 새롭게 개발한 전투기술은
당연히 공유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편대원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자신의 실수까지도
자발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 것이다.

반면 미 공군에서는 이 부분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미 공군에서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최우수 조종사인 탑건(Top Gun)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잦은 실수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비행단에서는
타인들이 눈치채지 못한 자신만의 실수조차도
자발적으로 발표, 공유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사관학교시절부터
일종의 '사회화 과정'을 통하여, '실수를 서로 공유하도록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만에 하나 자신이 비행연습 중에 저질렀던 실수를 실전에서
동료 편대원 중에 누군가가 반복하게 된다면,
그것은 곧 자신의 격추를 의미한다는 사실이 보편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편대는 적기와 교전 중에도 아군 동료의 비행기 후미가 타 적기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상호 이상적인 전투 위치를 항시 유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자기 혼자만이 탁월한 조종사라 하여 격추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즉 동료 편대원 모두가 탁월한 조종사일 때,
자신의 생명도 보장된다는 것이 인식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 공군에 있어서는 이 부분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미 공군에서는 비행연습이 끝난 뒤 의례적으로 거치는
‘통과 의례’로  ‘비행 후 브리핑’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반면,
이스라엘에서는 ‘실제적인 학습과정’으로
‘비행 후 브리핑’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혁혁한 전과로 나타났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귀중한 교훈을 유추하게 된다.

첫째는, '동일한 장비'와 '동일한 프로그램'이 곧 '동일한 학습발생과 학습효과'를 유발시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문화를 통한 사회화과정’을 통해 ‘통과 의례적 학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지나친 경쟁, 예컨대 미공군의 탑건(Top Gun)선발 정책은 필요하지만, 때로는 이로 말미암아 파생되는 ‘지식과 정보의 공유 차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점은, 짧은 기간 안에 신인사고과제와 성과급 연봉제를 도입한 한국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는, '진정한 학습을 가로막는 문화적 부작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경쟁과 협조’의 양면에 대한 이해가 진척되어야 한다. ‘경쟁’이 없는 조직이 망하듯, ‘협조’가 없는 조직 또한 망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과 협조의 이상적인 조화점을 찾는 것은, ‘연공서열’에 의한 인적자원 평가방식에서 ‘완전 능력급’에 의한 경쟁평가방식으로 급격히 전환한 한국기업에 있어 향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학습을 위한 ‘개인학습 차원’에서 '조직 구성원의 인식 전환'이 요청된다.
우리 모두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체하는 허위(looking good)’ 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우리는 새로운 것을 결코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솔직히 시인할 때,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학습’에 도달하게 된다.
그때 우리는 진정으로 원하던 ‘정말 좋은 상태(being good)’ 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게재지: 저서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2003)', 예영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