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2-05 18:49
:: 가치와 지식창조의 시대, 새로운 기업경영의 원형(原型)을 찾아서 ::

 글쓴이 : 최재윤
조회 : 870
[기고잡지: 월간 가스안전 誌, 2002.12월호/vol.28, no.12, 한국가스안전공사]
http://blog.joins.com/crosslab/7922332

몇 해전, 'Once in a Blue Moon'이라는 재즈 바에 잠시 들렸다.
비록 반시간 정도 머물다 나왔지만, 재즈의 선율로부터 파생되는
자유로움과 탈 형식의 분위기 외에도 경영을 연구하는 나에겐
쉽사리 발견할 수 없는 소중한 진실과 막부닥친 값진 기회였다.

그곳엔 3명의 젊은 연주자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재즈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청바지 차림의 그 젊은 연주자들은 마냥 신이 난 모습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주와 노래자체에 심취하고 있었다.
자기들끼리 눈길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전혀 손님들은 의식하지 않은 채.
그들 자신들이 그 자체를 만끽하고 있었다.

내 눈에 비친 그들의 연주모습은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였다.
연주자체에 몰입한 채, 그 연주자체를 자신들이 즐기며,
철저하게 자신들만의 음악세계에 몰입되어 있었다.
관중들은 그들 다음에 위치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세계 그 자체를 철저히 즐기고 있는 이들의 모습 속에
갑자기 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한마디로, 바로 이들 재즈 연주자들의 모습 속에
 '21세기 기업조직'의 향방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아마도 추측컨대, 이들은 재즈가 좋아 그 길로 접어든 젊은이들이리라.
그리고 그 재즈를 계속하기 위해 어떤 이는, 대학을 중퇴하거나,
혹은 가족의 핍박 속에서 그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재즈가 좋아 그 길을 택하였고,
그러하기에 그곳에 나와 재즈를 연주하고,
또 그 자체를 마음껏 즐기고, 연주가 끝난 후에는 보수를 받아간다.
바로 이 모습자체가,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가치와 지식창조 시대'에 기업경영이 지향하여야 할
새로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일을 택하였고,
그 일 자체를 좋아하기에 그 일 자체를 철저히 즐기고,
또 그 대가로 기업은 기꺼이 보수를 지불하고,
만약 이런 기업이 있다면 그렇지 못한 기업이
어찌 이와 같은 기업을 감히 따라 잡을 수 있겠는가?

경영컨설턴트 톰 피터스(Tom Peters)는
그의 저서 '경영파괴'에서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한 표현을 던졌다.
 '미친 시대는 미친 조직을 요구한다 (Crazy times call for crazy organizations)'라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앞에 전개되는 이 시대는
분명히 '미친 시대(crazy times)'이다.

지금까지의 사고체계와 관행, 살아온 방식에 대한
일대 전환을 요구하는 시대이다. 또 그 단절의 깊이에 비추어 볼 때,
미친 시대에 비유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유효하게 사용되었고,
또 유효한 것으로 입증되었던 기존의 성공방식과 동인(動因)에 대한
철저한 파괴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살아 온 시간을 회고하여 볼 때,
학업, 일, 놀이 혹은 취미 등, 어떤 특정 분야였든지를 막론하고
우리가 가장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 냈던 경험들을 모두가 갖고 있다.
자신 스스로 조차도 놀랄 정도로 그 비범함과 탁월성을 만들었던 바로 그 때는,
우리가 그 일에 가장 몰두해 있었던 시점,
즉 어떤 하나에 미쳤을 때였다. 우리는 어떤 일, 어떤 분야이든
그것에 가장 미쳐 있을 때 가장 탁월한 성과를 만든다.

그렇다. 우리가 어떤 일에 미치지 않는 한,
우리는 탁월한 경지에 결코 다다를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특정분야를 선택하고,
그 분야의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조직이기에 특정 기업을 선택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그 일 자체에 미친 듯 몰두하게 되고,
그렇게 일했기에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고,
바로 이러 모습이 '21C 기업의 새로운 조직상'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이런 조직과 기업문화를
'가치와 지식창조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기업경영과
기업문화의 원형(原型)'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기업경영과 기업문화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얼마 전, 이런 요지의 기업 강의를 마치자
국내 대기업의 임원 한 분께서 질문하셨다.
'물론 좋은 말씀입니다만,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닐는지요?'라고.

물론 이상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이렇게만 될 수 있다면,
우리 기업이 갖게되는 '비범함'과 '탁월성'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첫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사관리의 관행을
기꺼이 포기하여야 한다.

우리가 인재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에 미쳐있으며, 미치기를 원하는' 적임자를 찾아내야만 한다.
마치 재즈 연주가 좋아 그 길에 접어든 젊은이들 마냥,
각 분야에 미친 사람들을....
그리고 이런 적임자 선발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채용방식, 채용기준의 포기 혹은 수정을 요구한다.
이런 인재들은 TOEFL, 혹은 TOEIC 등의 외국어 능력,
그리고 학업성적에 근거한 현행 인재선발체계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업무를 수행할 인재에게는
보다 더 높은 외국어 구사능력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높은 수준의 외국어 능력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또한, '특정분야에 미쳤거나, 미치기를 원하는 적임자'를 찾기 위한,
인력채용 부분에서의 노력과 시간, 비용은 훨씬 많이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탁월한 성과와 전무후무한 경쟁력으로 곧 되돌아 올 것이다.

둘째, 우리는 기존의 인적자원 관리방식에 있어
일정부분의 포기 혹은 수정이 필요하다.

특정분야가 좋아서, 미치는 편집증적인 인재나 창의적인 사람들은,
기존 조직체에서 사용했던 통제방식 하에
견디지 못해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특정의 직무에 몰입할 수 있는 적임자를 선발하기만 한다면,
기존 관리방식의 상당부분은 포기되어도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다.
오히려 통제를 위해 사용되었던 관리비용의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문제는 '상급자의 하급자에 대한 권력 행사욕구'를
어떻게 감소시킬 것인가 하는 '속인적(屬人的) 측면'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 속성 역시 일정시간이 지나 문화로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이상의 비용을 지불할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라도 우리의 조직을
'재즈에 미친 젊은이들의 놀이터'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대가는 어느 기업도 모방할 수 없는
'탁월한 가치와 지식을 창조하는 기업'으로의 비상(飛上)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