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요령과 원리(原理)
최재윤(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 경영칼럼니스트)
[기고지: 월간 Always! KESCO(Vol.24, 2007.9월호), 이달의 창- 칼럼, 서울: 한국전기안전공사]
몇 해전, 모 경제誌에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의 사업 성공기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든 것은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세계 최고의 기업은 역시 남다르다는 점이었다. 이때 느낀 감동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그 일부분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중략) 지난 96년 미래산업 성장을 앞두고 있을 때다. 어느날 주간사인 동원증권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증권감독원에 제출해 승인까지 받은 공모계획을 취소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미래산업은 사상 최고가인 주당 4만원에 공모를 하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침 공모가 자유화 조치가 확정돼 시행을 눈앞에 두게 됐다. 공모가격이 너무 싸다고 생각했던 주간사는 즉시 증권감독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주당 8만~10만원은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증권감독원이 심사결과 번복이 곤란하다고 하자, 새 제도가 시행될 때까지 공개를 미루자고 제안해 온 것이다. 공개를 한 달만 연장하면 앉아서 200억~300억원을 더 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많은 사람들이 미래산업의 주식을 부담 없이 나눠 갖길 원했다. 그런 만큼 공모자금 유입보다 공개 자체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때문에 동원증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처음 계획대로 하자고 했다. 투자자들의 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얄팍한 장난은 적성에 맞질 않았다. 그러한 발상 자체가 부도덕하게 여겨졌다. 나의 결정은 옳았다. 얼마 후 4만원에 공개된 주식이 30만원까지 치솟았다. 투자자들은 미래산업을 외쳤고, 언론도 우리의 결정에 긍정적인 평가를 해줬다. 동원증권 사장도 기막힌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200억원을 포기하는 대신 그 이상의 신뢰를 얻은 것이다(이하 생략)..........."
어떤 일을 행하는 '요령'을 알게 되면, 그 요령으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처세술에 뛰어난 사람은, 처세술에 서툰 자보다 더 쉽게 승진하거나, 물질을 얻기도 한다. 시험 보는 요령을 터득한 학생은,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높은 시험점수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령'은 일종의 기교이다. 때문에 '요령'으로는 한 번, 혹은 몇 번의 효과를 볼지언정, 계속적인 성공을 보장받진 못한다. 비록 처음엔 성공처럼 보이지만, 종국에는 실패와 마주한다. 지속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요령'을 넘어서 '원리'를 터득해야 한다. 학생이 단지 '시험 잘 보는 요령'이 아니라, '학문의 기본원리'를 터득할 때 더 뛰어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리'는 '진리와 원칙'을 함축한다. 때문에 '원리'에 충실하면, 비효율적이거나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 눈으로 보이는 세상 대다수를 채우고 있는 것들이, 또 성공을 만들어 내고 있는 힘의 원천들이 '요령'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 쉽게 '원리를 무시한 요령'을 선택한다. 과정이야 어쨌든, 우리가 원하는 결과만을 얻으면 된다는 '실리주의'와 타협한다.
그러나 그 '진리와 원칙'을 무시하고 얻어진 성공은, 그 출발점보다도 더 뒷전으로 후퇴된 결과라는 사실을, 또 그로 말미암아 치루어야 할 대가는 새롭게 얻어진 결과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그 짐은 우리 뒷 세대에게 유전된다.
비록 좋은 동기를 가진, 탁월한 제도라 할지라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철학을 갖지 못하면 실패한다. 또한 그 실패는 오랜 세월 쌓아올린 수많은 소중한 가치와 전통의 상실을 수반한다. 그리고 한 번 상실된 '문화의 상처'는 쉽게 복원될 수 없다.
반면, 앞서 언급된 미래산업의 정도경영과 같이 '원칙'을 기업문화의 초석(礎石)으로 쌓아가고 있는 기업은, 불변하는 경쟁력을 갖게 된다.
우리의 기업문화는, 또 나의 개인적 삶은, 행여라도 '요령'이 '원칙'보다 중시되는 모래성과 같은 기업문화, 혹은 허상속의 개인적 삶을 쌓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한 번쯤 깊은 성찰(省察)과 자문(自問)을 가져봄 즉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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