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조직문화 경영칼럼] 항공사(航空史)에서 배우는 혁신의 황금률
최재윤 (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박사)
[기고잡지: 격월간지 "Airport Focus", 2007.5/6월호, Vol.207, 경영칼럼, 서울: 한국공항공사]
조종사 채용자격 요건이 ‘유머감각’인 회사 :
몇 해 전, 대학에서 강의하던 때가 있었다.
학기 초, 어김없이 외서(外書)교재 채택을 권유하기 위해
종종 찾아오곤 하던 영업사원이 한 분 있었다.
어느 날, 내게 외서 한 권과 함께 강의에 사용하라며
비디오 테입을 건내 주었다.
그 안에는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전혀 소개되지 않았던
한 항공사 경영사례가 담겨 있었다.
‘비틀즈 복장의 CEO가 직원들 앞에서 생일축하를 위해
열창하는 모습’이 나오질 않는가,
‘항공기 천장 화물칸에서 승객을 놀라게 하기위해
여승무원이 튀어나오질 않는가’
당시로서는 어떤 항공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생소한 진풍경을 담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Southwest Airline,
그리고 CEO 허브 켈러허였다.
그리고 몇 해 지나지 않아,
국내 일간지에 이 두 이름은 단골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거대 항공사들과 겨루어 승리한 ‘항공업계의 새로운 다윗’으로,
또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펀 경영(Fun-Mgt)’의 대명사와 함께.
작금에 이르러서는 ‘사우스웨스트 효과(Southwest Effect)’* 라는
경영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면서 말이다.
바로 이 회사가 아주 희한한 이유로
세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 내리게 된다.
그건 ‘아주 화려한 경력의 유능한 조종사’를
면접에서 탈락시켜 버린 연유 때문이었다.
당연히 합격될 줄 알았던 그 조종사는
회사에 불합격 이유를 따져 물었고,
회사 인사담당부서에서 돌아온 대답은 아주 단순했다.
조종사로서의 역량은 합격하기에 충분했지만,
‘유머 감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란다.
회사 방침은 유머감각이 있는 직원들만을 채용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유머감각의 사람만이
‘자발적, 의욕적으로 다른 구성원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재미나면서도, 낙천적인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
'전혀 예상치 못한 탁월한 창의적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회장의 경영방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회사는 그 해프닝 못지않게
경영실적에서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거대 항공사들이 적자에 허덕일 때,
이 자그마한 체구의 항공사는
'연속 흑자행진', '미 교통부 선정 트리플 크라운상 5년 연속 수상',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3년 연속선정',
'가장 존경받는 기업'.... 등 등 으로 선정되었으니 말이다.
많은 국내,외 항공사들이 Southwest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를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Boeing 247이 주는 교훈 :
하늘을 날고자 갈망했던 인류의 오랜 염원은 1903년 12월 노스켈로나,
키티호크에서 있었던 라이트 형제의 비행성공을 낳았다.
그러나 민간인 누구에게나 항공여행을 가능케 한 최초의 상업용 항공기,
'DC-3'가 출현하기까지는 그로부터 무려 32년이란 오랜 세월이 요구되었다.
그 이유는 안정적인 민간 상업기가 되기 위해서는
‘가변 프로펠라’, ‘내부용 착륙기어’, ‘가벼운 기체소재’, ‘공냉식 엔진’,
‘보조날개’의 5가지 핵심기술이 완성, 조화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5가지 요소기술이 조화를 이룬 최초의 상업용 비행기가
‘DC-3’이었다. 비록 ‘Boeing 247’은 이보다 일년 먼저 첫 선을 보였지만,
이중 한 가지 ‘보조날개’를 결여하고 있었던 연유로
그 영예의 자리를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단 한 가지 결함이라도 존재하게 되면,
원래 의도한 성과를 절대로 거둘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팬암(PanAm), 그리고 사우스웨스트(Southwest)가 주는 교훈 :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항공사, 팬암(PanAm)은
21C 새로운 혁신활로를 찾는 항공사와 많은 기업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팬암은 1927년 항공사업의 개척자로 미국에서 설립되었다.
한때 ‘위대한 미국(Great America)’의 상징이기도 했던 팬암은
태평양 횡단 여객항로를 최초로 개척했다.
또한 최초로 제트여객기의 상업화를 이룬 항공사이기도 했다.
따라서 팬암은 항공업계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미국 경쟁력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1991년 이 항공사는 도산한다.
표면상으로 드러난 가장 큰 팬암 도산원인은 ‘정부의 규제철폐’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력을 제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유나이티드(United)항공, 아메리칸(American)항공,
델타(Delta)등 후발주자는 멀쩡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팬암이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 또한 아니었다.
왜냐하면 팬암 역시 경쟁사들과 함께 서비스 향상 및 관리 효율성 증진,
시장 확대 등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팬암 도산의 진짜이유에 대하여,
뉴스위크(Newsweek)誌는
“필요한 것을 빨리 학습(learning)하지 못한 연유”라고 보도했다.
즉, “팬암은 격동하는 세계에서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에 대해
결코 학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원인은
“팬암은 학습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팬암은 도산하기 오래 전부터
수십 가지에 걸친 경영위험 시그널을 받았다.
초기 항공연료가격의 상승, 재무손실 증가,
더욱 강력한 신규 경쟁항공사의 출현, 독점적 규제 철폐,
정부의 지원축소 등이 그 대표적인 징후들이었다.
그러나 팬암은 이러한 신호에도 불구하고,
이전 독점시절의 습관처럼
비대한 지출형태 및 오만한 영업, 관리행태를 고수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파산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파산원인은 ‘학습능력(learning capabilities)’ 부재였던 것이다.
보이는 것의 변화를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의 변화가 필요하다 :
반면, 앞서 소개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쟁동인은
유머감각을 중시하는 펀(Fun) 경영에도 있었지만,
보다 본질적인 근원은 ‘탁월한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에 있었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를 벤치마킹한 대다수의 경쟁사들은
직접적으로 목격 가능한 그들의 가시적인 이벤트(펀-경영), 전략목표,
경영방침만을 모방했던 것이다.
비록 Boeing 247이 DC-3에 비해 일년 일찍 완성되었지만,
단 한 가지 결함으로 말미암아 그 자리를 넘겨주어야 했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Boeing 247과 동일한 경영성과였다.
왜냐하면 '학습조직'은
가시적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문화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며,
동시에 한 ‘조직 공동체의 삶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의 변화를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극히 평범한 경구(驚句)를 다시금 확인케하는 역사적 교훈인 셈이다.
.........................................................................................................................
* 사우스웨스트 효과(Southwest Effect)란:
‘고객을 위한 편리함’, ‘저렴한 원가’라는 상호 모순성을 동시에 해결한
사우스웨스트의 전략을 말한다.
그리고 이 전략은 항공업계의 게임 룰을 바꿔 놓았다.
........................................................................................................................
Copyright © 2006 by CROSS MANAGEMENT INSTIT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