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교수의 새로운 역할 모델
최재윤(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이사. 경영학박사)
KAIST에 총장이 새로 취임했다.
그동안 사립화 구상으로 한창 시끄럽던 카이스트에
로버트 러플린 총장에 이어
미 MIT 기계공학과의 서남표 교수가 임명된 것이다.
그가 밝힌 취임 기자회견중 매우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나 또한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동일하게 느껴왔던 점이었기에
그의 주장과 포부는
내게 일종의 동류의식으로 다가왔다.
그는 한국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가
'목표를 설계하고, 꾸려가는 힘'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KAIST도 역시 '목표부터 다시 설계할 것임'을 밝혔다.
내가 그의 의견에 더욱 동의를 갖게 된 부분은 다음의 발언 때문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학교수들이 논문을 잘 쓴다고 능사가 아니다. 기초연구든, 첨단 기술혁신이든
양극단 어느 한 분야를 집중해야 교수의 영향력이 커진다.
학생들에게 아이디어나 지적자극이 분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도 교수의 역할이다.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로는 좋은 대학을 만들 수 없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을
어떻게 만드는지 가르쳐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실패해도 좋다는 연구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 강의를 받던 때나, 대학 강의를 하던 때나 나 역시 공감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한국사회에서 쉽게 발언하지 못했던 영역이자, 문제점이다.
그런 그것을 그가 정확히, 그것도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다.
'논문을 위한 논문', '실적을 위한 논문', '학위 자체를 위한 논문'이
얼마나 우리 학계에 만연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 조차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관행이란 이름으로 오히려 정당화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는 누구도 쉽게 언급하기 힘든 불가침 영역이었다.
왜냐하면 지나칠 정도로 편향된 '양적 논문 실적주의'를 비난할 경우,
그는 자칫 논문쓰는 능력이 덜 떨어지는 자의 자기 변명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요,
또 한 편으로는 그것을 대체할 교수의 역할 정체성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남표 신임총장의 발언은 이젠 자신의 영역에서 학문적으로 자신감을 갖는
노 학자만이 기탄없이 내 놓을 수 있는 충격적인 발언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서 총장의 발언은 한국 대학과 교수사회가 자신을 냉엄하게 되돌아보며,
본래의 존재의미를 새롭게 성찰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좋은 논문을 쓴다는 일'은
평생 학문을 업(業)으로 삼고, 그것이 좋아 그 길에 들어선 학자에겐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 끊임없는 폐기학습(Unlearning)과 성실한 자세만 평생 견지 된다면 말이다.
그러나 신임총장이 밝혔듯이, '학생들에게 아이디어나 지적 자극이 분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교수의 역할',
그리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을 어떻게 만드는지 가르쳐야 하고, 이를 위해
실패해도 좋다는 연구분위기를 만드는 교수의 역할'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논문작성을 위한 연구, 그 이상을 요구하는 '전인적 영역의 탁월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대부분의 대학과 교수사회에서 소홀히 다루어져 왔던 영역이며,
이러한 대학문화에 이미 길들여져 '창발성'을 상당부분 상실한 대학인들에겐
논문쓰기보다 훨씬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비록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이와같은 사실을 문제로 인식하며,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는 학자가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겐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선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교수상,
이젠 새로운 도전과 직면한 셈이다.
이젠 '연구논문'으로만 말하던 시대에서 '연구논문'과 '탁월한 지적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촉진자'로서의 교수의 역할모델이 동시에 요구되는 새로운 시대와 직면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초기 서구 대학의 발생 동기나 형성 과정, 동양의 학문적 구조체계를
조금만 엿보아도
이 양 역할은 교수에게 요구되었던
기본적 자질이었음을 쉽게 발견하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의 대학인, 대학 사회의 변질이
그 본래적 의미와 기능을 상실했었을 뿐이다.
이제라도 늙은 노학자의 취임 포부처럼,
한국의 대학사회에 신선한 변화바람이 불어와
대학과 한국의 미래를 새롭게 밝히는 계기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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