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2-08 12:02
:: 지식창조를 위한 역설 ::

 글쓴이 : 최재윤
조회 : 937
(기고잡지: 월간 [혁신 리더 - 9월호], 리더스 칼럼 '지식창조를 위한 역설', 서울: KMAC, 2006.9)
http://blog.joins.com/crosslab/7842083

IMF를 거치며 국내 기업에 많은 인원감축이 이루어졌다.
전에는 대여섯 사람이 다루던 업무량을 이제는 한, 두 명 직원이 처리하는 모습은 다반사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가롭게 앉아 차를 마시거나, 잡답을 나누는 모습을 이제는 사무실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기업의 인력효율성은 그만큼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인력 효율성의 증진은 기업성과 향상과 직결된다.
따라서 인력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것은 매우 필요하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간관리와 업무효율을
증진시킬 것인가를 다루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 증대한다.

이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안이
 ‘지식창조적 관점에서의 비효율성 유지 방안’이다.
즉 이 바쁜 시대에 어떻게 ‘구성원들로 하여금 천천히, 여유를 갖는
비효율성(?)을 유지하도록 도울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생각의 속도가 중시되고, 그것만으로 모자라 빛의 속도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관장되는 이 시대에 어찌 생각하면 대단한 역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산업화 시대’를 넘어 ‘지식창조 시대’인 작금은
단지 근면, 성실한 스피디한 일처리만으로는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은 남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우리조직만의 독특한 ‘지식창조’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조직의 ‘지식공유’와 ‘지식창조’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회의 등 조직 구성원간의 공식적 접촉 못지않게, '비공식적 만남과 시간' 또한 장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실제적으로 명품을 만들어내는 세계적 기업들에 있어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개선방안 중 상당수가 구성원들이 업무시간 중에 나눈 농담이나 잡담 등 전혀 예기치 않았던 ‘비효율적 만남’(?) 속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명목적으로는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손실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비효율성이 기업성장에 효자노릇을 독특히 해 낸 셈이다. 

따라서 지식창조가 조직의 성장 관건이 되는 이 새로운 시대는,
비효율적 시간사용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
이와 같은 다양한 ‘만남의 장’ 제공에 대한 기존 관념을 파격적으로 깨트릴 것을 요구한다.

이제는 오히려 비효율적 시간사용으로 보이는 이와 같은 비공식적 만남의 장을 기업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창출할 것을 권고한다. 

수년 전, 국내 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조찬강연회에서 노나카 교수는 사옥 설계 시부터 조직구성원들의 지식공유와 지식수용 능력을 촉진토록 설계된 대표적 건물로 핀란드의 노키아(Nokia) 본사를 예로 든적이 있었다.

노키아 사옥은 내부의 벽을 유리로 처리하여, 모든 부서의 근무모습을 전 사원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건축하였다.

설계 이면에 깔린 철학은, 조직이 현재 처한 모습과 향후 지향점에 대하여 전 사원이 함께 지각하며, 공유하는 것을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즉, 구체적 지식 공유에서 한 걸음 진일보하여, '조직 전체가 나아가고 있는 지향점' 까지도 공유를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경영진뿐만 아니라, 전 사원 모두에게 조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민감성'을 시시각각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에서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지식창조를 위해서는 사옥 설계까지도 새롭게 변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식경영과 관련된 외국의 연구자료들에 따르면,
지식구성원들의 지식수용 자질과 지식공유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예컨대, 고성능 복사기, 커피 메이커 등과 같은 사무실의 '공동장비의 재 배치'를 통해서라도 각기 다른 부서의 팀원들이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같은 징조들은 이미 6, 7년 전부터 지식경영을 중시하는 미국과 유럽 기업들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내부 구성원간에 자주 부딪칠 수 있도록, 일종의 혼잡(traffic generator)을 창조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타부서의 지식과 정보를 비공식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지식창조'의 시발점이 된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이것은 커다란 시간낭비이다.
그러나 그 효용가치가 더 크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MIT Sloan School의 John Little교수의 경험담에서도 나타난다. 비록 대학연구실에 한정된 사례이긴 하지만 말이다. John Little교수는 자기 연구실의 캐비넛과 파일박스를 채우고, 간이 테이블과 커피 메이커를 설치하였다.
이후 점심시간이면 대학원생들이 간단한 식사를 하기 위해 이곳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대학원생들간 대화를 통한 빈번한 지적교류가 촉진되었고, 급기야는 교수들도 이 '지식교류의 장'에 합류했다. 즉 겹겹히 놓여있던 가시적, 비가시적 장벽들이 제거되고, 새로운 교류의 흐름이 생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식공유의 문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사옥설계원칙중 하나인 ‘효율성 개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대두한다.

예컨대, '효율성 측면'에서는 유니온 카바이드(Union Carbide) 본사 빌딩이 세계 최고 중 하나로 손꼽혔다.

그 이유는 아침출근시 지하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면, 아무도 만나지 않고도 곧 바로 각자의 사무실 책상으로 직행할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동선구조’를 갖는 빌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가 아닌 지식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지식공유와 지식창조’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접촉’을 빚어내도록 동선구조 설계가 변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식경영의 시대는, 오히려 ‘빈번한 대면접촉을 통한 지식공유의 문화’를 더욱 요구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지식창조의 조직체를 만들기 원한다면  ‘비효율성을 발생시켜라’.
효율성 극대화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 새로운 시대에 새롭게 대두되는 또 하나의 역설적 원칙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