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잡지: 월간 WITH, 2008.December VOL.031, Special Theme-테마에세이, CJ INTERNET]
미켈란젤로와 다비드(David) 상(像)
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건축가, 시인이었던 미켈란젤로(Michelangelo)의 대표적 조각품인다비드 상과 관련된 일화 한토막이다.
어느 날, 미켈란젤로의 한 친구가 작업실을 방문했다. 미켈란젤로는 투박하게 생긴 커다란 돌덩이를 마치 어린 자녀 만지듯 이리저리 사랑스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좀 지나치다 싶은 그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친구가 물었다. “친구여! 자네는 그 돌덩이가 뭐가 그리도 좋아 그처럼 사랑스럽게 이리저리 쓰다듬고, 어루만지고 있는가?” “여보게, 이 돌덩이 속에 천사가 있다네!” 친구는 미켈란젤로의 의중을 알 수가 없었다.
미켈란젤로는 여러 날 식음을 전폐한 채 한 손에는 끌을, 다른 손에는 망치를 들고 그 볼품없고 흔해빠진 돌덩이를 쪼고, 다듬었다. 그러기를 수개월. 다시 미켈란젤로를 찾아온 그 친구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천사로 변한 돌덩이’를 보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피그멜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키프로스의 왕, 피그멜리온(Pygmalion)은 국가 통치자이자 진정한 예술과 멋을 아는 뛰어난 조각가였다. 그는 어느 날 상아(象牙)를 깍아 다듬어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만든 그 여인상의 아름다움에 스스로 감탄하며 매료된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 일과 중 틈만 나면, 또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피그멜리온 왕은 반드시 자신의 여인상을 찾아 어루만지고, 애지중지한다. 마치 실제의 인물인 양. 그리고 마침내 이 왕은 여인상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소문은 그리이스 신들의 귀에까지 전해진다. 이를 측은히 여긴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는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 넣어 실제의 여인으로 만들어준다. 그리하여 피그멜리온 왕은 이 여인을 왕비로 맞이하여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물론 그리이스 신화의 한 토막이다.
IDF Air Force Flight Units의 승리 비결
이스라엘 공군 전투 비행단에 과거 아랍권과의 전쟁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둔 비행단으로 IDF공군 전투비행단이 있다. 이들은 ‘6일 전쟁’시에 3개 공군력 및 이라크(Iraq)의 핵발전소를 파괴하는 혁혁한 성과로, Air Force Magazine에 기사화 된 부대였다. 이를 본 미 공군 전문가들이 이 비행단의 성과 이면에 숨겨있는 성공 동인을 찾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이후 이들의 승리 비결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어졌다. 전투비행단의 훈련과정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본 결과, 미국 조사단은 이스라엘의 전투비행단과 미 공군사이에 별반 차이점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미 공군과 다름없이 연습비행이 끝나면, 브리핑 실에 들려 각자의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로 녹화한 그날 비행에 대한 모니터링 발표와 의견이 교환되는 그 과정까지도 자국 공군의 훈련과정과 동일한 절차였다. 그러나 좀 더 심층적인 조사를 하자, 새로운 차이점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브리핑 실에 들려 모니터링 하는 절차는 동일했지만, 거기서 개진되는 구체적 내용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비행단에서는 그날 비행에서 자신이 새롭게 개발한 전투기술은 당연히 공유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편대원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자신의 실수까지도 자발적으로 발표, 공유’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 것이다. 이 모습은 미 공군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행복과 창조의 샘 터: 진정한 관심과 애정의 시야
미켈란젤로가 놀라운 다비스 상을 빚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키프로스의 왕, 피그멜리온(Pygmalion)이 자신의 조각품에 생명의 호흡을 불어 넣어 여인으로 맞이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로부터 연유하는 것일까?
또 이스라엘의 공군 전투 비행단 IDF가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경쟁동인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된 것일까?
미켈란젤로의 친구는 돌덩이를 ‘돌덩이’로만 보았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눈에 보이는 돌덩이 너머, 그 안에 ‘잠자고 있는 천사’를 보았던 것이다. 그러기에 친구와 달리 돌덩이를 새로운 명작으로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가 볼품없는 돌덩이를 천사로 빚기 위해 이 땅에 보냄 받은 ‘작은 예술가’, ‘작은 직공’들이다. 우리가 오늘 행하는 ‘모든 일들’, 또 우리에게 맡겨진 ‘모든 이들’은 미켈란젤로의 손에 놓여진 ‘돌덩이들’이다. 단,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의 미켈란젤로는 바로 ‘우리 자신들’이란 사실뿐이다.
내가 만약 경영자이거나 리더라면, 나와 함께 일하는 모든 직원들은 조물주가 내 수중에 위탁한 ‘돌덩이들’이다. 아름답게 빚어지기 위해 미켈란젤로와 같은 부드러운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설령 내가 가장 낮은 직급의 직원이라 할지라도, 내가 함께 일하는 나의 동료와 상사들 역시 미겔란젤로와 같은 심미안과 사랑으로 ‘자신만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바라봐주길 애타게 기다리는 ‘돌덩이’와 같다. 내가 만약 작은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라면, 내가 맡고 있는 권태로운 그 일상 업무는 내 수중에 놓여진 ‘돌덩이’이다. 새로운 날개를 기다리며 미켈란젤로의 수중에 들려졌던 그 볼품없던 돌덩이와 같은.
피그멜리온(Pygmalion)이 아름다운 왕비를 맞이할 수 있었던 비결(秘訣)! 역시, 자신의 조각에 대한 진정어린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부터 피그멜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우리가 타인에 대하여 긍정적 관심과 기대를 갖게 되면, 긍정적 결과를 빚어내게 됨’을 의미하는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스라엘 IDF공군 전투비행단이 미 공군도 갖지 못한 새로운 경쟁력, ‘자신만의 실수를 과감히 동료에게 알리고, 공유하는 능력’을 갖게 된 근원(根源)은 어디에 있었을까?
미 공군은 동료간의 '경쟁(competition)'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공군은 동료간 경쟁의 강조 못지않게 '협조(cooperation)'도 존재하고 있었다. 이는 연습 중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만에 하나 실전에서 동료들이 반복하게 되면, 동료의 생명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진정한 관심’에서 비롯된 자발적 산물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최고의 조종사(Top Gun)’로 선발되는 것을 자신의 최고명예로 삼고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기에만 바쁜 미 공군을 능가하는 ‘월등한 최고 성과’를 실전에서 빚어내는 ‘최고의 조직체’로 비상(飛上)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작은 거인들을 일깨우는 첫 걸음, ‘관심의 행진’을 시작하라!
명품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명품(名品)’을 빚기에 앞서, 함께 일하는 모든 이들을 ‘작은 미켈란젤로’들로 빚는 기업이다. 만약 우리가 함께 일하는 모든 이들을 ‘작은 미켈란젤로’들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들은 오늘 각자에게 맡겨진 돌덩이 속 천사에게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미켈란젤로’ 못지않은 넘치는 애정과 새로운 생명의 입김을 불어 넣기 위해 혼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함께 일하는 모든 이들을 ‘작은 미켈란젤로’들로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그 한 가지 역설적 지혜를 서커스단 코끼리 조련사의 한 일화로부터 얻는다. 코끼리를 훈련시킬 때, 조련사는 아주 어린 코끼리를 두꺼운 쇠사슬에 채워 기둥에 묶어둔다. 코끼리는 어릴 적부터 한자리에 머물며 순응하는 법을 익힌다. 조물주로부터 부여된 거대한 힘과 모든 야성을 잊어버린 채. 그래서 거대한 몸집으로 성장한 후에도 절대로 그 자리를 떠날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게 된다. 오직 발에 차인 쇠고랑의 한계 내에서만 머물게 된다. 그러나 서커스단 텐트에 화재가 발생하고, 그 거대한 코끼리가 자신의 눈으로 일렁거리는 불길을 보고, 또 그 예민한 코로 연기를 맡게 되면 온순했던 코끼리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돌변한다. 길들여진 옛 습관과 유순함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야생 코끼리의 본능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명품 기업, 행복한 직장으로 가는 유일한 선행 조건이 바로 이것이다. 조물주로부터 각자에게 주어진 고귀한 천부적 재능, 열정의 존재 여부조차 망각한 채 서커스단 기둥에 묶여 잠자고 있는 우리 조직의 수많은 코끼리들을 깊은 잠으로부터 깨우는 일이다.
깊이 잠들어 있는 우리의 작은 영웅들을 깨우는 첫 작업! 그건 다름 아닌 이들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애정 어린 관심’이다. 함께 일하는 우리 동료들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배제한 그 무엇이 이 자리를 대신할 수 있겠는가?
아직도 묶여있고, 길들여져 있는 우리 코끼리들의 마음속에 불을 지르고, 피어오르는 연기 냄새를 맡게 하여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을 격동시켜는 첫 작업, 그건 우리의 바쁜 일상 업무를 넘어 내 주변에 함께 일하는 이들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때 비로소 우리의 직장, 우리의 동료, 가족은 ‘다비드(David) 상(像)’보다 더 아름다운 명품들을 빚어내는 ‘작은 미켈란젤로’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시작할 것이다.
피그멜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처럼 내 주변의 모든 이들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관심’을 가질 때, 이스라엘 조종사들과 같이 개인적 명예를 넘어 ‘동료들에 대한 진정어린 관심’을 회복할 때 우리 직장은 명품기업, 행복한 직장으로의 첫 행진을 시작한다.
명품기업, 행복한 직장이 되는 비결! 그건 우리의 작은 거인들을 일깨우는 첫 걸음, ‘작은 관심’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Copyright © 2008 by CROSS MANAGEMENT INSTIT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