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프랜드십 경영(Friendship Management)
최재윤 (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이사/Ph.D)
[기고지: 월간 WITH, Special Theme 칼럼- 아름다운 영혼, 탁월한 팀, 행복한 조직 만들기! 프랜드십 경영, 2008 October(VOL.029), 서울: CJ 인터넷]
김경문 감독, 그리고 히딩크! ‘프랜드십 경영의 기본’을 제시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한민국 야구팀은 아시아 국가로서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것도 9전 전승의 실적으로. 2002년 서울 월드컵, 한국 축구대표팀은 전 세계의 축구전문가들조차 예측치 못한 4강 진출이라는 쾌거는 이룬다.
이 두 신화창조의 배후에는 김경문 감독과 히딩크라는 두 거목들이 있었다. 이들은 한국 스포츠 역사를 새롭게 열었다는 결과론적 평가 이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은 둘 다 ‘믿음의 감독, 그리고 덕장(德將)’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김경문 감독, 그는 적임자를 구하지 못한 협회에 의해 감독직을 제의받게 된다. 결국 감독직을 맡을 사람이 없다는 설득에 대표팀 감독을 맡지만, 그의 경험부족을 빌미로 많은 사람들의 비난에 시달린다. 또한 부상과 부진이 겹쳐 일본 프로팀 2군으로 내려간 이승엽 선수를 그라운드에 계속 세우는 그의 작전 역시 조롱받는다. 하지만 그는 이승엽에 대한 믿음하나로 그를 계속 고집한다. 이런 그의 소신과 신념은 자신의 선수시절 경험에 근거한 믿음의 결과였다. 그는 ‘언론이 아무리 비난하더라도 자신에게 믿음을 준 선수는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한 번 자신이 신뢰한 사람은 주위의 비판과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믿음을 주어야 한다.’는 철학의 소지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승엽은 그런 그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대표팀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했다. 그리고 그는 아우들의 선수생활을 위한 ‘병역 면제 제조기’로서의 역할(?)까지 확실하게 완수했다. 최대위기는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시작된다. 9회말 만루 위기에 심판의 스트라이트존 오심에 항의하는 포수 강민호까지 퇴장당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때, 김 감독은 정대현 투수를 새롭게 투입한다. 그리고 그는 감독의 기대에 걸맞게 쿠바의 구리엘을 병살타로 정리하고 우승을 빚어낸다.
혹자는 이번 우승을 ‘9부작 드라마’에 비유한다. 스릴과 멜로가 공존하는 ‘감독과 24명의 주연’이 빚어낸 초대형 블록버스트로.
2002년의 올림픽 4강 역시, 히딩크와 선수들이 함께 빚어낸 걸작품이었다. 박지성은 이번 9월 8일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대회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거스 히딩크 감독과의 만남’이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히딩크 감독의 신뢰는 내가 나 자신을 믿게 해 줬다. 이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는 나와 내 동료들이 가진 기량을 다 보여줄 수 있도록 항상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
한국을 방문한 ‘경영자 코칭’의 권위자중 하나인 로버트 하그로브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박지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를 이룰 수 있다고 믿게 만든 히딩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프랜드십 경영(Friendship Management)'의 의미와 효과
프랜드십 경영을 시도하기에 앞서 선행된 국내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모두가 ‘배려심 많은 상사, 성실한 후배, 친구 같은 동기와 일하고 싶지만 직장내 라이벌을 경계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 같은 동료와 상사를 원하지만, 현실은 라이벌인 셈이다.
금년 3월 잡코리아와 지식포털 비즈몬이 남녀 직장인 841명을 대상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직장 동기 유형‘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회사 밖에서도 친구가 될 수 있는 마음 통하는 스타일‘(54.8%)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바람과는 달리 직장의 10인 중 6명은 직장 내 라이벌이 있으며, 이들 중 절반은 라이벌과 겉으로만 상생하고 실상은 경계대상자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취업 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11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역시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응답자 60.2%가 ‘직장 내 라이벌이 있다’로 응답했고, 라이벌과의 관계로는 ‘겉으로만 상생하고 안으로는 경계하는 관행’(49.3%)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려하며 서로 노력하고 발전하는 관계’(27.0%), ‘겉으로는 경계하지만 마음으로 믿고 의지하는 관계’(9.7%), ‘서로 경계하며 경쟁하는 관계’(5.7%)의 비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랜드십 경영의 본질과는 상당히 괴리된 모습을 우리 기업들이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LG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 직장인 359명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 직장 내 프랜드십 진단’ 조사결과에 의하면, 직장 내 우정관계는 ‘직장 만족’, ‘직무 몰입’, ‘팀 성과 인식’, ‘이직 의향’ 등 조직 성과요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프랜드십 수준은 100점 만점에 52.4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프랜드십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로는,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조직의 분위기’와 ‘업무과다에 따른 여유 부족’ 등이 대표적인 요인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구성원간 관계의 힘을 강조하는 여건을 조성하고, 구성원간의 충분한 교류를 유도해야하며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향상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쏟고, 조직 내 갈등을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정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프랜드십 경영의 본질은 ‘친구사이와 같은 상호신뢰와 개방성을 갖춘 조직 내 구성원간의 우정관계, 즉 사내 우정관계’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조직 내 구성원간의 우정관계는 ‘조직 상, 하 관계와 수평적 관계 모두에 걸쳐 형성될 수 있으며, 이런 구성원 관계가 더 잘 형성된 조직이 그렇지 않은 조직 구성원들에 비해 조직만족도와 직무몰입, 조직충성도가 높으며 조직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미국 심리전문가 톰 래스의 조사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톰 래스는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이 건강, 생산성, 장수, 그리고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면서, 사내우정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실제 사례와 통계지표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저서 ’내 인생에 부족한 2%, 프렌드십‘을 통해, 자신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중 30%만이 회사에 절친한 친구가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이 부류에 속할 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우리가 일에 충실한 가능성은 일곱배나 더 높다고 말한다. 또한 직장에 절친한 친구가 없는 사람은 일에 충실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연구결과에 근거한다면, 친구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건전한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며 이와 같은 관계 속에서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꽃핀다는 근거가 형성되는 셈이 된다. 그리고 그가 조사한 유수의 CEO들 역시 ’양질의 우정관계가 조직 내에 존재하는 것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 내에 좋은 우정관계가 존재한다면, 인센티브가 부족하다할지라도 그것이 ’일종의 감정적 보상‘이 될 수 있으며, 직장 만족도를 50%나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회사의 방침이나 보수 등에 대해서도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배가된다고 말한다.
그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효과를 제시하고 있다.
1. 직장에 친구가 있는 경우(회사 만족도 50% 증가)
2. 상사와 친하다고 여기고 있는 경우(QWL-직장생활만족도 2.5 배 증가)
3. 인생의 친구가 세 명 이상인 경우(개인적 삶의 만족도 96% 증가)
4. 상사가 무시한다고 느끼는 경우(업무성실도 1/100 하락)
‘직장 내 절친한 친구 관계가 기업에 얼마나 유익한 지 기업과 경영자들이 충분히 깨달을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한다.
스포츠에서 찾는 최고의 ‘프랜드십 경영(Friendship Management)' 원리(原理)
프랜드십 경영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현장은 스포츠현장이다. 그리고 프랜드십 경영의 절정을 보여주는 최고의 조직은 '감독과 팀원으로 이루어진 스포츠 팀‘이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신뢰한다. 이들은 연습현장에서는 서로가 경쟁자이지만, 경기장에서는 모두가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축구팀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쓰게 된 근원에도, 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에서 아시아 어느 국가도 일찍이 오른 적 없는 9강 신화와 더불어 금메달을 딴 배경에도 감독과 온 팀원이 그 위치와 나이에 상관없이 혼연일체 되었던 결과였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난하는 여론의 화살 속에서도 묵묵히 이승엽, 한기주를 지키며 진정한 우정은 서로 믿고 따르는 것임을, 그리고 그 믿음에 답례로서 헌신과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 김경문 감독과 동일한 모습을 특유의 뚝심과 선수들에 대한 애정으로 보여준 바 있는 히딩크 감독과 축구 대표선수들.
우리는 이들 스포츠 현장에서 기업의 프랜드십 경영을 위한 소중한 원리들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프랜드십 경영’의 근간은 신뢰이다.
우리 직장 내에 성공적인 프랜드십 경영이 정착화되기 위해서는 ‘친구 간 우정의 근간이 서로 상대방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듯이 우리 조직의 프랜드십 경영을 위해서는 수평적, 수직적 관계 모두에 걸친 ‘신뢰’가 형성, 존재해야만 한다. 감독이 선수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신뢰와 전적 믿음을 잃지 않았듯 말이다. 따라서 상사는 아래 직원에 대한 일관된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어야 만 한다. 그리고 하급자 역시 상사의 믿음에 상응하는 자신의 최선을 보이는 뼈를 깎는 헌신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팔 부상에도 불구하고 온 몸을 던져 홈런을 날리던 이승엽 선수처럼 말이다.
둘째, ‘프랜드십 경영’은 사랑을 매개체로 한다.
프랜드십 경영은 ‘개인 간 이해관계를 넘어서 진정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며, 아낌없이 베푸는 우정’에 근거한다. 따라서 ‘프랜드십 경영’이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조직구성원간에 ‘충일한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를 용납하며, 이해할 수 있는 관용과 사랑이 넘치는 ‘일종의 자비심 넘치는 조직, 팀원’으로의 문화적 변환(cultural transformation)이 요청된다.
셋째, '프랜드십 경영‘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삶‘이다.
상대방을 나보다 낫게 여기며, 존중할 때 우리 각자의 영혼, 팀, 조직은 그 어느 조직보다도 내면적 수확이 풍성하게 넘쳐나는 새로운 조직으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의 조각품속에 생명의 호흡을 불어 넣어 새 생명으로 잉태시켰던 피그멜리온(pygmalion)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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