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2-08 13:06
:: [경영칼럼, 경영전략, 조직문화, 리더십] 나무를 보는 경영, 숲을 보는 경영 ::

 글쓴이 : 최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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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나무를 보는 경영, 숲을 보는 경영                             

                                          

                                             최재윤(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 경영칼럼니스트)


[기고지: KT&G, 월간 KT&G and you, 2008.6월호(통권 243호), 테마가 있는 정보-칼럼]


  
심마니에게 경영을 배우다


‘심받다!’ 이는 심마니가 산삼을 찾았을 때 ‘영물(靈物)을 발견한 감격의 극치’를 나타내는 유일한 외침이다. 심마니들은 산삼 찾기를 ‘헬리콥터를 타고 가다 깊은 산 속에 던진 500원짜리 동전 찾기’에 비유한다. 또한 ‘삼은 내가 깔고 앉아도 안 보이고, 내가 밟고 있어도 안 보인다.’는 표현에 비유하기도 하니 ‘심받다!’의 외침은 어찌 보면 이들의 믿음처럼 인간 의지와 상관없는 ‘신의 영역’에 해당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산삼은 생육조건이 까다로워 건조하지도 습하지도 않고 또 음지도 양지도 아닌 곳에서 잘 자란다. 또한 주위 환경에 극도로 민감하여 작은 변화에도 모든 성장을 멈추고 수십 년간 휴면기에 빠져든다. 이런 영물(靈物)인 탓에 제대로 된 산삼을 찾는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 한다.
그렇다면 이토록 어려운 심을 보고 ‘심봤다!’를 외치는 심마니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공통점중 하나는, 이들 모두는 다음과 같은 한 가지 철칙을 절대적으로 신봉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산삼을 캐기 위해 산에 들어서면, 값비싼 송이버섯이나 귀한 타 약재들이 눈에 들어와도 절대로 곁눈질하지 않는다. 입산한 한 가지 목적, 오직 ‘산삼’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값비싼 귀한 약초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 더 이상 산삼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기에 심마니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작은 심은 그냥 캐는 사람도 있지. 하지만 큰 심은 내 몸이 깨끗해야만 보여.”  
어찌 보면, 바로 이들이 오늘 우리가 눈앞의 작은 이익과 기회들을 곁눈질하다 상실해버리고 있는 ‘전체를 멀리 조망(眺望)하며, 기업의 초심을 끝까지 몸소 실천하고 있는 진정한 경영 실천자’들이 아닐까?


최고의 기업인에게 배우는 ‘높이 올라, 멀리보기’

오래 전,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의 한 일화가 소개된 적이 있다.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든 것은,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세계 최고의 기업은 역시 남다르다는 점이었다. 
지난 96년 미래산업 주식 상장 당시, 주간사 증권회사에서 그에게 연락이 왔다고 한다. 증권감독원에 제출해 승인 받은 공모 계획을 취소하자는 이유였다. 당시 미래산업은 사상 최고가인 주당 4만원에 공모를 하기로 계획이 되어 있었다. 마침 공모가 자유화 조치가 확정돼 시행을 눈앞에 두게 되어 주당 8만~10만원은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개를 한 달만 연장하면 앉아서 200억~300억원을 더 벌 수 있는 새로운 상황이 벌어 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많은 사람들이 미래산업의 주식을 부담 없이 나눠 갖길 원했다. 때문에 주간사 증권회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처음 계획대로 4만원에 공모할 것을 결정했다. 투자자들의 눈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얄팍한 장난은 적성에 맞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러한 발상 자체를 부도덕하게 여기는 그의 경영철학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결정은 옳았다고 한다. 얼마 후 4만원에 공개된 주식이 30만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미래산업을 외쳤고, 그의 결정에 긍정적인 평가를 해줬다. 주간사를 맡았던 증권회사 사장도 기막힌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200억원을 포기하는 대신 그 이상의 환산할 수 없는 커다란 신뢰를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1997년 도산위기에 직면했던 쿠쿠(CUCKOO) 홈시스라는 국내기업이다. ‘조지루시’ 일본산 코끼리밥솥을 몰아낸 동종 국내 1위 기업이다. 이 기업의 원동력중 하나는 탁월한 ‘제품디자인’이다. 
그건 결코 우연히 습득된 것이 아니다. 기업이 파산지경까지 몰렸던 어려웠던 시절에도 연구 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이들에게 ‘그냥 놀리기보다는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하나라도 익히게 하는 게 낫다’는 창업주의 뜻에 따라 ‘캐드(CAD)'를 공부시킨 결과였다. 
아무리 어려운 역경과 위기의 순간에도 구성원 하나하나를 자기 가족처럼 귀하게 여기는 경영철학이 초심으로 굳건하게 실천될 때, 어떤 위기와 역경도 하늘이 주는 천재일우로 승화시키는 동력원(動力源)이 됨을 시사해주는 소중한 사례이다.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보는 경영!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은 보는 경영! 그것은 산삼이 눈에 들어오기까지 지엽적인 유혹에 생각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여유의 시간’을 가지고 인고의 시간을 견지하는 경영이다. 심마니처럼 ‘피상적인 일시적 문제해결을 넘어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며, 근본을 해결하는 본질적 삶의 태도’를 유지하는 원칙중시의 마음으로부터 연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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