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2-08 13:04
:: [경영칼럼. 지혜] 산삼 캐는 심마니의 비결(秘訣) ::

 글쓴이 : 최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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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심마니에게 배우는 산삼캐는 비결 


                                                                      최재윤 (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이사/Ph.D) 


[기고지: 한국전기안전공사, 사보 Always! KESCO, 2008. May(통권32호), 경영칼럼]

‘감격 극치’의 외침


 ‘심받다!’ 이는 심마니가 산삼을 찾았을 때 ‘영물(靈物)을 발견한 감격의 극치’를 나타내는 유일한 외침이다. 이 한 마디 외침을 위해 이들은 깊은 숲을 ‘마대’ 하나에 의지하여 헤맨다. 그들 표현대로 ‘산신령 혹은 조상의 음덕(?)’으로 오랜 장고 끝에 산삼을 발견하게 되면, 심을 발견한 심마니는 일행이 모인 가운데 산삼의 뿌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캐낸다. 나머지 사람들은 산신에게 경의를 표하며 엎드린 채 있는다. 다 캐내고 나면 감사의 의미로 산신제를 올린 뒤 하산한다. 하니 이들의 그 정성 지극함을 어찌 말로 다 이룰 수 있을까?


이들은 산삼을 찾아내는 일은 ‘영적 세계’의 도움과 관련되었다고 믿기에, 아직도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은어를 사용한다. 또한 길일을 택하고 수일 전부터 부정한 행위를 금기시한다. 이런 정성에도 불구하고 통상 15년 정도의 경력자도 이들 세계에선 ‘초보’로 통하니 이들이 산삼을 발견했을 때 느낄 희열과 감동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심마니들은 산삼 찾기를 ‘헬리콥터를 타고 가다 깊은 산 속에 던진 500원짜리 동전 찾기’에 비유한다. 또한 ‘삼은 내가 깔고 앉아도 안 보이고, 내가 밝고 있어도 안 보인다.’는 표현에 비유하기도 하니 ‘심받다!’의 외침은 어찌 보면 이들의 믿음처럼 인간 의지와 상관없는 ‘신의 영역’에 해당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비인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산삼


 산삼은 생육조건이 까다로워 건조하지도 습하지도 않고 또 음지도 양지도 아닌 곳에서 잘 자란다. 또한 주위 환경에 극도로 민감하여 작은 변화에도 모든 성장을 멈추고 수십 년간 휴면기에 빠져든다. 이런 영물(靈物)인 탓에 제대로 된 산삼을 찾는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 한다. 그렇다면 이토록 어려운 심을 보고 ‘심봤다!’를 외치는 심마니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산삼을 캔 오랜 경력의 심마니는 산에 들어서 특정지역에 이르면 주변에 산삼이 있을 경우 천기(天氣), 지기(地氣), 운기(雲氣)를 통해 ‘느낌’이 온다 한다. 이런 특이한 느낌과 만나게 되면, 그 자리에서 담배를 다섯 개비에서 한 갑까지 피우며 주변을 응시한다고 한다. 이 침묵의 시간은 산삼이 눈에 들어올 때까지 계속된다. 마음을 비웠음에도 불구하고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숨 막히는 긴장과 정적의 시간이 일정 시간 흐른 후, 비로소 산삼이 발견된다고 한다.


산삼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절대 금기시하는 철칙이 또 하나 있다. 산삼을 캐기 위해 산에 들어서면, 값비싼 송이버섯이나 귀한 타 약재들이 눈에 들어와도 절대로 곁눈질하지 않고 오직 ‘산삼’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값비싼 귀한 약초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 더 이상 산삼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심마니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작은 심은 그냥 캐는 사람도 있지. 하지만 큰 심은 내 몸이 깨끗해야만 보여.”    


어찌 보면, 바로 이들이 오늘 우리가 눈앞의 작은 이익과 기회들을 곁눈질하다 상실해버린 ‘진정한 장인정신’의 소유자들이 아닌가 싶지 않은가.  



심마니에게서 배우는 교훈

 자신의 일을 하늘이 내린 천직(天職)으로 여기며, 비록 고되며 힘든 일이지만 경외감(敬畏感)으로 출발하는 이들의 모습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과 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새로운 도전을 던져준다.  

첫째, 심마니처럼 ‘오늘 나는 모든 일에 지극한 정성과 경외감’의 태도와 ‘인내’를 견지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둘째, 천기와 지기 그리고 운기의 느낌 속에서도 산삼이 눈에 들어오기 까지 ‘여유의 시간’을 가지고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심마니처럼 ‘피상적인 일시적 문제해결을 넘어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며 근본을 해결하는 본질적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문(自問)이 요청된다는 사실이다.  

셋째, 아무리 값비싼 약초와 송이버섯조차도 거들떠보지 않는 ‘산삼에만 집중된 몰입과 치열함’의 태도를 견지하는 심마니의 모습이 오늘 내 가정과 직장 현장에 비추인 '내 자화상(自畵像)'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들 심마니와 같이 내 삶과 가정, 일에 대한 ‘경외감과 몰입’이 뒤따를 때만이 비로소 내 삶의 현장 속에 ‘심봤다!’의 수많은 외침이 넘쳐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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