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항공사를 위한 알라딘의 램프, 잠자고 있는 지니를 깨우라!
최재윤 (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 경영칼럼니스트)
[기고지: 격월간지 "Airport Focus", 2008.03+04, Vol.212, 경영칼럼, 서울: 한국공항공사]
http://blog.joins.com/crosslab/9497964
‘기내잡지’에서 만들어진 축구경기장
사업의 존폐기로에 선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마지막 승부를 ‘디자인 공모전(公募展)’에 건다.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기에 앞서, 이전 월드컵이 열린 ‘프랑스 월드컵 경기장’을 방문하기로 마음먹는다.
어렵게 마련한 비용으로 국내 항공사의 한 국제선 비행기에 탑승했다. 많은 상념과 걱정들이 머리 속에 맴돌기에 그는 잠도 청하지 못한 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좌석 앞에 비치된 ‘항공사 기내잡지’를 뒤적였다. 기내잡지를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넘기던 와중, 한 장의 사진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리고 이 승객의 인생은 이후 새롭게 바뀌었다. 그 사진은 다름 아닌 한국의 ‘전통 방패 연’ 사진이었다. 이 사진과 만난 순간, 이 승객의 뇌리 속에 아직껏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경기장의 모습’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전통 방패연’을 선수들과 관중이 들어있는 스타디움 위에 지붕으로 씌운다. 그러면 아주 독창적이면서 멋진 경기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 작은 종이쪽지 위에 스케치를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에 새롭게 떠오른 또 하나의 아이디어를 첨가한다. 청중석을 우리나라의 ‘전통 육각 목기’형태로 디자인한 것이다. 또 ‘목기를 채반 위에 올려놓은 형상’으로 구체화한다. ‘방패 연’의 대나무살은 ‘철제 기둥’으로, ‘살과 살을 연결하는 실’은 ‘철선’으로 대체된다. 그리고 이 디자인은 마침내 ‘상암 월드컵 축구경기장’으로 탄생한다.
2003년, 이 축구경기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축구경기장’중 하나로 영국의 ‘월드사커(World Soccer)지(誌)'에 선정된다. 물론 이후, 이 한국의 건축디자이너가 ’세계적 건축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을 얻었음을 말할 나위도 없다.
항공사의 새로운 ‘경쟁동인’ 영역 찾기
항공사들이 경쟁사에 비해 새로운 경쟁동인을 만들어 낸다는 건 여간 어렵지 않다. 모두가 그만그만한 동일기종에, 비슷비슷한 기내식을 제공한다. 차이는 있으나, 승무원들의 기내 서비스 역시 대등소이하다.
요금경쟁 역시, 그 경쟁의 폭은 매우 협소한 연유이다. 따라서 극히 제한된 경쟁요소들로 자사 항공사만의 경쟁력과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과제가 된다.
이때 우리에게 던져주는 새로운 시사점을 앞의 한 사례 속에서 재발견하게 된다.
기존의 항공사간 경쟁은 ‘하드웨어적 측면’에 치중되어 왔다. ‘새로운 기종과 기내식 도입, 디자인과 유니폼 변경’ 등이 그러하다. 기존에 간과되었던 영역이 있으니, 바로 ‘항공 기내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전환과 의미부여적 측면이다.
새로운 ‘가치창조를 통한 신 경쟁동인 확보’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항공사들이 아직 손대지 못한 유일한 영역이기도 하다. 장시간의 비행 속에서 승객들이 원하는 직, 간접 가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새로운 자문과 성찰이 요구된다.
첫째로는, ‘편안함과 여유로운 휴식시간’으로의 활용이다.
둘째로는, ‘창조적인 새로운 만남과 작업시간’으로의 활용 측면이다.
첫째 요소는 이미 모든 항공사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기존의 관심영역이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엔터테인먼트와 기내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왔다.
반면, 후자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한 미 개척영역이다. 그러나 ‘기내체류 시간’에 대한 승객들의 ‘가치와 기능’은 놀랄 만큼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을 ‘새로운 휴식과 여유의 시공(時空)’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통찰력, 아이디어와 막 부닥치는 문화적 창조의 시공(時空)’으로 활용하며,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라딘의 램프 속 요정, 지니를 깨워라!’
항공사는 ‘승객의 시간’을 갖는다. ‘승객으로부터 위탁받은(?) 이 시간’들은 향후 항공사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경쟁동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가치창조’영역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첫 출발점은 승객들로 하여금 충분한 ‘휴식의 장(場)’일뿐만 아니라, ‘분주한 일상으로 말미암아 바라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 지식, 아이디어, 정보를 접하는 만남의 장(場)’이 되도록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기내’는 많은 이들에게 지루한 비행시간을 소일하는 장(場)터‘에서 ‘새로운 통찰력, 아이디어를 섭렵하는 새로운 학습의 장(場)’으로 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 속의 선구자적 항공사가 되기 위한 비결! 그건 이미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은 ‘시간’ 안에 ‘알라딘(alladin) 램프 속 요정, 지니’처럼 잠자고 있던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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