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칼럼, 창조경영, 혁신경영] 창조와 혁신을 위한 영감과 언어
최재윤(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이사, 경영학박사)
[기고지: 격주간 사내신문- KIA WORLD, 경영혁신 칼럼-혁신DNA를 찾아서, Vol.328, 2009.10. 서울:기아자동차]
창조와 혁신을 위해 ‘새로운 영감(new inspiration)’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 그 영감은 항상 우리 주변을 맴돌지만 준비된 자에게만 뿌리를 내린다. 영감을 창조와 혁신으로 구체화시키는 첫 출발점은 바로 '독창적인 언어'이다. 이젠 우리 모두가 ‘영감을 디자인하는 언어의 마법사’가 되기 위해 새로운 여행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영감(靈感)은 영감일 뿐이다?
사옥 창밖을 내려다보는 한 자동차 회사 CEO가 있었다. 사옥 앞거리엔 경쾌한 옷차림의 젊은 신세대 젊은이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그들은 기존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체형과 취향, 라이프스타일을 보이고 있었다.
이 CEO에게 문득 궁금증이 떠올랐다. “우리 제품 중 저들 신세대에게 어울리며, 또 그들이 열광하는 모델이 무엇이 있나?” 자문자답 끝에 나온 대답은 “없다!”였다. 그 회사의 제품은 기성세대들만이 선호하는 디자인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제품개발팀의 젊은 팀장을 호출한다. “우리 회사엔 지금 길거리를 메우고 있는 저들 젊은 신세대들이 선호할 자동차 모델이 없다는 판단이 드네. 그러니 자네와 같은 젊은 세대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해보게나." CEO는 젊은 직원들로 새로운 팀을 꾸리라고 지시했다.
또한 신세들을 매료시킬 수 있도록 적어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주 새로운 디자인에 가격대는 너무 저가여도, 고가여도 안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구체적인 언어로 영감을 꽃피워라!
신세대들로 팀을 꾸린 팀장은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CEO의 지시사항이 너무 추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팀장은 팀원들에게 이 미션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CEO의 지시를 재해석한다.
“아하, 이건 ‘진화된 자동차(automobile evolution)’를 만들라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팀원들에게 이 콘셉트에 맞춰 새로운 자동차를 설계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이 콘셉트를 전달받은 팀원들 역시 혼돈에 빠진다. 팀장의 지시 역시 너무 추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팀원들은 오랜 아이디어 회의 끝에 ‘진화된 자동차’라 함은 아마도 '인간은 극대화시키며, 기계는 최소화시키는 자동차(people maximum, machine minimum)'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개념조차도 실제 디자인으로 형상화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수차례 워크숍이 진행된다.
이 와중에 한 직원이 중얼거린다. “어떻게 하면 보다 작은 형태이지만, 인간의 승차 내부공간을 최대로 할 수 있을까?” 그 때 우연히 점심시간에 족구를 하고 있는 동료 모습이 창밖에 스쳤다. “아, 바로 저 공의 형태로구나! 차를 공에 가깝게”
그러나 이 개념 역시 ‘차체는 가급적 길고, 낮아야 한다.’는 ‘디트로이트 법칙’의 설계 불문율에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 후 계속된 토론 과정을 거쳐 ‘팽팽하게 찬 소프트 볼’과 같은 새로운 이미지의 자동차 모델이 세계 최초로 탄생한다.
막연했던 영감이 구체적인 언어에 기반한 끊임없는 유추를 통해 보석 같은 제품으로 현실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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