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2-08 13:51
:: [경영칼럼] 아탈란타(Atalanta)의 사과 ::

 글쓴이 : 최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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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아탈란타(Atalanta)의 사과                                                        

                                                        최재윤 (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 경영학박사)


[기고지: 한국전기안전공사, 월간 전기안전, 2009.08(통권48호), 이달의 창-경영칼럼]


도장 파는 할아버지, 전각하는 예술가

얼마 전, 서류신청 차 관공서를 방문한 길에 문제가 생겼다. 갑작스런 수정사항에 직인을 찍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도장을 새기려 관공서 앞 대서소에 들렸다. 거긴 젊은 아가씨 혼자 지키고 있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도장을 새길 것이라는 내 생각은 여지없이 달아나 버렸다. 아가씨 본인이 도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믿고 맡겼다. 그런데, 이때도 역시 내 기존 생각이 여지없이 깨져 나갔다. 도장에 들어갈 내용을 적어 주었더니 컴퓨터를 통해 스캐닝하고, 화면에 나온 글자체중에 일부를 자의로 변경시키고, 자동으로 기계가 도장을 파는 것이었다. 나는 그날 첨 알았다. 도장을 사람이 직접 수작업으로 새기는 곳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젠 기존의 수작업으로 도장 새기던 일들이 컴퓨터 기계로 대체된 것을. 마음 한 편으론, 돋보기 쓰고 깨알같이 수작업으로 도장에 일일이 글자를 새겨 넣던 그 나이 지긋하시던 많은 할아버지, 아저씨들의 생계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획일적인 글자체를 기계가 파니 동일한 인장이 너무나도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이젠 과거처럼 수작업으로 새기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인장에 대한 소중함이 새롭게 다가왔다. 결심했다. 그 날 이후로. 다시는 기계가 파는 도장을 새기지 않으리라고. 그런데, 주변에 많은 도장가게를 방문해 보았지만, 사람이 수작업으로 직접 인장을 새기는 가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야 옛날의 수작업 인장가계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 희소성만큼이나. 조간신문에 작은 기사 한토막이 실렸다. 제목은 “도장파기가 예술이 되기까지”였다. ‘내가 나를 못 말린다’는 전각예술가 고암 정병례의 자전적 글들과 그의 전각예술 작품들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책 소개였다.
책의 핵심은 간단했다. 근대화의 거센 흐름 속에서 ‘도장 파는 기술’로 전락한 전각의 전통을 부활시키면서 창의적 멀티 아트로 재탄생시킨 한 예술가의 고군분투기다. 아울러 저자는 전각예술이 21세기 미디어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판화로 생각하면 될 듯싶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두 날개

우린, 개인적이든 기업차원에서든 새로운 사업전략과 수익구조를 고민할 때 대부분 최첨단 기술의 필요성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역발상의 지혜 또한 필요하다. 수작업의 인장 만들기가 지금까진 사양기술이었지만, 디지털이 넘치는 21C 세계 속에선 이 손때 묻은 아날로그가 새로운 향수를 불러일으키듯 말이다.
얼마 전, 미국 시장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실버폰 ‘지터벅’처럼 말이다. ‘지터벅’은 1973년 세계최초의 휴대전화를 개발한 미국 모토롤라 사의 ‘마틴 쿠퍼’가 공동개발한 간편한 휴대전화 이름이다. 이 전화는 교환원-호출-긴급구조로 표시된 버튼 3개로 만능 통화할 수 있도록 기능을 최소화한 일종의 장년층 겨냥 휴대전화이다. 따라서 이 전화는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현재 일상화된 ‘다기능 최첨단 휴대폰’과 정반대 상품이다. MP3 플레이어, 카메라 등 복잡한 첨단 기능을 모두 배재한다. 따라서 컨버전스 추세를 싫어하며, 통화기능 자체에만 충실한 휴대전화를 선호하는 계층을 위한 초간편 휴대전화이다. 결국 작금에 진행되고 있는 휴대폰의 다기능, 복잡화, 고급화에 반기를 든 제품인 셈이다.


멜라니온, 아탈란테와의 경주에서 승리하다!

위 사례들은 디지털 트랜드만을 좇기에 급급한 우리가 다시금 인식해봐야 할 새로운 조류를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매일 숨 가쁘게 변해가는 최신 조류의 뒤좇기에서 '한 번쯤 뒤 돌아보라'는 것이다.
멋진 서구풍의 제과점 등장과 더불어 우리 주변에서 이미 오래 전 사라졌던 찐빵, 왕만두 체인점이 다시 등장했듯, 또 IC칩의 등장으로 사라졌던 진공관 전축이 다시금 진가를 발휘하듯 말이다.
‘디지털 시대’의 급속한 팽창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소중함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미래사회의 새로운 경쟁력, 그 중 하나는 바로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감 속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그건 기존의 삶과 생각의 방식에서 잠시 일탈(逸脫)하는 것이다.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절대탁월의 능력으로 어떤 남성도 따라붙을 수 없는 달리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던 ‘아탈란타’를 ‘멜라니온’이 이긴 승리의 비결 뒤에는 기존 도전자들과 다른 지극히 단순한 차별화의 전략, ‘황금사과 3개를 던지는 새로운 묘책’의 탄생이 필요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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