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2-08 13:31
:: 생각하는 바보들의 회사, 드디어 최고가 되다! ::

 글쓴이 : 최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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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잡지: 한국전기안전공사, 월간 전기안전, 2009.02(통권41호), 이달의 창-경영칼럼]

 경쟁사에 비책(秘策)을 내보이는 바보회사(?)
 도요타, 많은 국내 제조업체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체들이 견학하는 대표적 일본기업중 하나이다. 이 회사는 일본기업으로는 최초로 순이익 1조엔을 돌파했으며, 2004년에는 순이익 1조 1712억엔을 기록한 세계적 초우량기업이다. 도요타가 이같이 성장하게 된 배경엔 어떤 남다른 비책(秘策)이 숨겨져 있었던 것일까? 대답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모든 기업이 강조하는 ‘별 것 아닌 혁신의 결과’였을 따름이다. 지속적인 혁신이 도요타를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를 넘어서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으로 만든 것이다.
 도요타가 갖고 있는 아이러니중 하나는 그 혁신의 현장을 경쟁업체를 포함한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도요타를 만들었으며, 또 내일의 도요타을 빚어가고 있는 자신의 비책, ‘도요타 생산방식(TPS; Toyota Production System)’을 말이다.
 무엇이 이들에게 자부심을 넘어, 교만함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이런 무모한 행동(?)까지도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일까?

 세계적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 약점과 위기
 도요타가 처음부터 탁월한 품질관리능력, 신제품개발력, 높은 생산성을 가졌던 것은 결코 아니다. 도요타는 중․일 전쟁을 통해 오늘의 자동차 회사로 입지를 굳혔지만, 당시 이들이 생산한 제품을 수준 이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병사와 전쟁수송물자를 운반하던 중, 자동차가 고장으로 정지하게 되면 ‘이거 도요타 트럭 아니야!’ 할 정도로 높은 결함으로 악명 높은 자동차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런 기업이 세계적 품질과 생산성을 자랑하는 오늘의 도요타로 자리 매김하게 된 배경에는 다름 아닌 ‘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결함과 불량률, 그리고 자동차 후발업체로서 피할 수 없는 약점으로 1940년대 이 회사의 생산성은 미국의 자동차 빅 3업체인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10분의 1수준 이하였다. 더군다나 취약한 내수시장은 이들 경쟁업체에 비해 도요타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치명적 약점이었다. 이러한 기업 내, 외부 환경은 ‘도요타로 하여금 생사기로를 위한 새로운 선택’을 강요하게 만들었다. 이 위기 속에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오직 한 가지였다. ‘품질과 생산성’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이었다. 이 위기 극복 타개책으로 당시 사장이었던 도요타 기이치로는 ‘3년 안에 미국 자동차업체를 따라 잡겠다’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 무모한 사장의 위기타개책으로 고안된 것이 바로 ‘TPS의 시초’가 되었다.
 오늘날 도요타를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품질경쟁력을 갖도록 만든 TPS, 그건 도요타가 생사기로의 위기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끝에 만들어 낸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으며,  최고의 경쟁동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하늘의 선물이었던 셈이다.

 생각하는 바보들, 천재회사를 만들다
 도요타가 미국, 유럽, 한국의 경쟁사들에게까지 견학을 허용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그들은 다음과 같이 자신 있게 말한다. “여러분은 ‘오늘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보고 다녀가지만, ‘내일 우리는 오늘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일할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매일 새롭게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새롭게 변해갈 수 있는 이들 경쟁력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저희는 비록 현장의 단순 나사 조립담당자라 할지라도, 단순히 조립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쟁사들은 단지 보다 빨리 더 많은 나사를 조이는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저희는 이들에게조차 ‘생각(think)할 것을 강조’한답니다. 그리고 이들의 ‘현장경험에서 얻어진 발상전환과 건의’로 엔진룸 안에 장착된 나사유형이 미국자동차에 비해 훨씬 적은 부품종류로 축소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제안은 기화기, 엔진부품과 같은 각종 장치를 각기 전문영역별로 분리하여 바라보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볼 수 없는 영역이랍니다. 이것은 이들 말단 조립담당자만이 인식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경쟁자에게 자신들의 노-하우를 과감히 보여주는 바보들! 이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비책(秘策)마저 모두 꺼내 보여줄 때, 비로소 자신들은 새로운 위기감속에서 오늘과 다른 내일의 경쟁력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창조적 위기감 조성’, 그리고 CEO에서부터 현장 조립담당자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생각 근로자로 만든 상식경영’이 오늘날 이들을 천재회사로 빚게 만든 마법의 열쇠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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