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1-12-08 13:30
:: 영웅을 세우고, 꿈을 노래하라! ::

 글쓴이 : 최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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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영웅을 세우고, 꿈을 노래하라!


                                           최 재 윤(크로스경영연구소 대표이사, 경영칼럼니스트)


[기고지: 격월간지 "Airport Focus", 2009.01+02, Vol.217, 경영칼럼(Business Note), 서울: 한국공항공사]


불시착 조종사, 새로운 영웅이 되다!

 ‘허드슨강의 기적’은 오바마에 이어 또 다른 ‘영웅’을 미국사회에 선물했다.

금년 1월15일 뉴욕 라과디아(LaGuardia) 공항을 이륙한 US Airways소속 1549편 A320여객기가 비행 채 1분도 되지 않아 새 떼와 부딪힌다.

비행기의 양쪽 제트엔진 속으로 거위 떼가 들어가고, 두 개의 엔진은 작동을 멈춘다. 불시착이라는 최악의 사태 속에서 비행기와 관제탑간 긴박한 무선교신이 오가고, 기장은 인근 공항으로의 비상착륙 대신 새로운 대안을 선택한다.

뉴욕시 브롱스 상공 975m에서 관제소의 지시처럼 허드슨강 건너편의 작은 공항, 티터보로 공항으로의 불시착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장은 허드슨 강으로의 ‘비상 착수(ditching)’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155명 전 승객뿐만 아니라, 여객기 몸체조차 거의 손상을 입지 않은 상태로 허드슨 강의 무사착수 한다.

미국과 전 세계 주요언론매체는 기장 체슬린 설렌버거(Sullenberger)의 ‘뛰어난 판단력과 훌륭한 조종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미 항로교통통제사협회(NATCA) 대변인 더그 처치는 “기장의 선택은 아주 현명한 결정이었으며, 우리 관제사들은 그가 강에 착륙을 시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CNN은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한 전임 국장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가 보여준 것은 조종사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이로운 능력이었다.” 그가 찬사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비상 착수 이후 보여준 그의 ‘책임감 있는 행동과 겸손’ 때문이다.

그는 구조가 일단락된 뒤에도 모든 승객의 대피를 확인하기 위해 객실을 두 번이나 둘러보았고, 비행기에서 마지막으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 칭송하는 주변인들에게 정작 ‘자신은 훈련받은 대로 행동했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추었다.


50대 젊은 우먼파워, 또 다른 영웅들로 등극하다!

 유에스(USA) 투데이 紙는 이번 위기가 대형참사를 면할 수 있었던 이유로, ‘기장의 슬기로운 대처’와 함께 승무원들의 ‘완벽한 임무수행’을 제시했다.

사고원인을 조사중인 미연방교통위원회(NTSB)와 허드슨 강에서의 구조활동에 참여했던 이들의 증언 결과, 기장과 부기장 외에 3명의 50대 여성 스튜어디스의 완벽한 희생적 임무수행이 인명구조에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항공기승무원협회는 “승무원들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다”면서 “만약 승무원들이 작은 실수라도 했다면 150명 승객이 아무런 부상없이 구조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이들 3명의 스튜어디스가 국내 항공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50대~60대에 가까운 시니어 여성이었다는 사실이다. 쉴라 데일(57), 도린 웰쉬(58), 도너 데트(51)는 근무경력을 모두 합치면 92년에 해당한다. 두 승무원은 50대라기보다는 오히려 60대에 가까운 나이였다.

이들 여성 승무원들은 나이와 경륜에 맞게 비상착수(非常着水)후 승객들의 구명조끼 착용, 구명정을 통한 대피 과정에서 노련한 솜씨를 발휘했다. 가장 연장자인 승무원 웰쉬(58)는 비상착수 후 여객기 내에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자 날개 쪽으로 탈출을 인도했다.

그리고 승객들이 모두 탈출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다리 한쪽이 깊게 베인 상처를 입었음을 알아챘다. 이후 이들 세 명의 시니어 여성승무원, 기장과 부기장은 “꿈(Dream), 그리고 Yes, We can!”을 외친 이번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 초청됐다.


모두가 영웅인 세상 만들기: 실패학을 성공학으로 바꾸는 사회

 US Airways의 ‘설렌버거’ 기장보다도 한국에는 더 신기(神技)에 가까운 조종사들이 많다.

1978년 4월 알라스카로 비행중 원인불명으로 항로에서 벗어나 러시아 영공에서 소련의 Su-15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은 채 ‘칠흑 같은 어둠의 무르만스크 호수 얼음위에 착빙(着氷)에 성공’한 놀라운 사례, 2006년 6월 우박과 낙뢰를 맞고 노즈레이덤이 떨어져 나가고 조종석 앞 유리가 깨진 상태에서 김포공항에 무사히 비상착륙한 국내항공 사례 등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탁월한 조종술과 위기대처 능력을 보인 놀라운 조종사들이 우리에게는 더 많았단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US Airways 사례에서 보듯, 그들은 우리와 달리 ‘실패와 실수 속에서도 영웅을 만들고, 그들을 기리며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여는 독특한 사회’라는 차이점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책임소재의 유무규명 못지않게 ‘각자의 장점을 인정하고, 모두를 영웅으로 만드는 사회’, 이것이 아마도 230년의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세계문명의 주도적 위치를 계속 점해가고 있는 이유중 하나가 아닐까?

사실 이번의 US Airways 사건 역시 관제레이더는 새떼를 탐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장소의 레이더들 기록에 따르면, 사고기의 2,900피트 고도항로와 새떼들의 이동경로가 겹쳤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영웅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모든 미국인들과 전 세계인들은 이들 영웅에 열광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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