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을 허용치 않는 일사분란의 조직행동체계가 조직문화의 지향체계로 강조되던 시기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강한 문화는 일시적으로는 기업경쟁력을 이끄는 동인으로 작용했다.
원가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이 유일한 경쟁요인이었던 산업화 시대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집단지성(Group Genius)'을 강조하는 ’창조경영‘의
새로운 시점에서 이와 같은 조직문화 형태는 그 종말을 고하고 있다.
개인과 조직이 조화를 이루며, 전통과 변화가 조화를 이루는 문화, 치열함과 여유가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형태만이 창조경영 시대, 유일한 생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경영 시대, 새로운 조직문화의 원형(原形)과 그 구축방향을 찾아보자.
“독자적 조직문화 원형(原形)을 찾아라”
3D영화 ‘아바타’는 지난해 12월 27일 전 세계 개봉 이래 27억1800만달러의 세계 흥행수입 신기록 갱신, 국내 1335만명 관객 동원의 역대 관객수 1위를 기록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성공 요인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기술혁신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기술혁신에만 치우쳐 창의력을 압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근 들어 소니(Sony), 그리고 쓰리엠(3M)의 위기를 말한다. 워크맨 등 히트상품의 대명사, 소니가 어느 순간부터 과거와 같은 히트상품을 더 이상 낳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중 하나로 ‘여유의 상실’을 든다. 예전 히트상품 제조 전성기와 달라진 기업문화가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니 전 회장 이데이 노부유키가 미국식 재무관리 방식을 도입하면서 개발현장에 자금통제가 심하게 가해졌다. 이에 ‘현장의 여유’가 사라지게 됐고, 지금까지 창조의 소니를 이끌어왔던 혁신 DNA가 약화되었다고 분석한다.
이전엔 “만들고 싶은 것은 만든다”는 소니의 창업 이상(理想)을 좇아 다양한 독창적 발상과 실험이 자유롭게 이뤄졌으나, 이후 이런 풍토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소니 침체를 설명하며 많은 경영학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사례가 3M이다.
3M은 창조와 혁신의 대명사였다. 그리고 이런 히트상품 제조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동인으로 ‘인내의 자금(Patient Money)' 제도와 ‘15% 룰’이 제시돼왔다. 3M의 수많은 히트상품과 기술들이 이 자유로운 조직문화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자칫 조직과 구성원들의 방종과 안이함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이 독특한 ‘여유의 문화’가 지금까지 독특한 창조와 혁신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어 온 유전자였던 셈이다.
그런 3M에도 최근 들어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건 다름 아닌 여타 기업들에선 혁신의 성공적 도구로 자리매김한 ‘식스 시그마 기법’의 여파였다. 예전의 느슨했던 연구 프로그램 관리방식에 정교한 성과중심의 과학적 관리법인 식스 시그마를 도입하자, 3M의 창조 DNA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새로운 제도 덕분에 예산절감과 단기적, 부분적 개선도 이뤄졌지만, 기존의 다소 느슨한 풍토(?)에서만 배양될 수 있었던 새로운 발상과 연구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조직문화에 있어서도 역시 ‘Best One의 법칙’을 넘어선 ‘Only One의 법칙’이 적용됨을 깨닫게 된다. 모든 조직체는 각자의 독자적 이념, 철학, 존립의미에 근거한 ‘유일무이의 조직문화원형’ 속에서만이 자신만의 경쟁력 역시 견지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꿈과 이념, 가치에 생명을 불어 넣어라”
모든 조직체들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다. 그러나 개인, 팀, 조직의 변화와 혁신은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 가치로부터 출발한다. 혁신기법들은 단지 수단의 역할을 감당할 따름이다. 그 정신적 가치는 ‘우리의 이념과 꿈’에서 연유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항상 다른 나라들과 구별하게 만든 약속, 그들만의 믿음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그에게 열광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 역시 ‘자신의 꿈’을 외쳤고, 그런 그에게 오래전 흑인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그 꿈은 오늘날 현실이 됐다. 혼다 소이치로, 그는 ‘하늘을 날겠다’는 꿈을 가지고 혼다를 창업했다. 그런 그였기에 오토바이 연료통에조차 독수리 날개를 형상화한 마크를 부착했다. 그리고 그 꿈은 ‘오토바이 제조업체’를 넘어 ‘자동차 제조업체’로, 그리고 이젠 ‘항공기 제작업체’로 실현됐다.
새로운 혁신과 변화, 그것은 단순히 오래 일하는 것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것 이상을 요구한다. 그것은 오늘 우리 모두의 가슴을 불태우며, 새로운 지경(地境)으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우리만의 이념과 가치, 꿈의 존재’ 유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우리 마음과 가슴 속에 살아 움직이는 ‘꿈과 이념’보다 우리 모두를 스스로, 매 순간 새로운 변혁의 세계로 이끌어 올리는 더 높은 ‘자생력을 갖는 변혁의 동인(動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 그중에서도 장수기업(長壽企業)에서 목격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조직과 구성원을 움직이는 힘이 ‘통제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Control)’가 아니라, ‘문화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Culture)’라는 사실이다.
문화에 의한 관리 방식은 그 조직이 최우선으로 하는 존재의미와 가치, 이념, 철학이 살아 조직구성원의 의식을 지배하며, 각자의 행동을 움직이는 기준으로 작동하는 경영형태이다. 반면 통제에 의한 관리는 관리자들의 지시와 명령, 감독에 의해 모든 구성원들의 행동이 감시, 감독되는 기존 관리방식을 의미한다. 조직 구성원 모두를 혁신가(Innovator)로 만들어야 하는 창조경영 시대가 도래하면서 통제에 의한 관리에서 문화에 의한 관리로 전환되어야 할 필요성이 한국기업의 새로운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이처럼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꿈틀거리는 우리 조직만의 가치와 이념, 꿈이 자리한다.
출처: Econ Brain